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고부가가치’ 新시장
LG엔솔·SK인베·L-Cycle 등 배터리기업, 현대차, 테슬라 등 경쟁 치열
완성차·완제품 못지않은 수익모델 부각
...협력업체들 협업 활성화

사진은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기아 전기차 EV6의 차축에 탑재된 조향장치와 배터리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기아 전기차 EV6의 차축에 탑재된 조향장치와 배터리.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전기차 경쟁력은 이차전지 등 배터리 성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쓰다 남은 폐배터리의 처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를 각종 산업용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배터리 업계나 테슬라,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들도 이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간주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SNE리서치나 IRS글로벌, 스트라베이스 등 시장조사 기관들의 동향 보고를 종합하면, 이들 글로벌 기업들과 그 협력업체들은 완성 제품 못지않게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폐배터리는 그 어떤 제품이나 부품보다 재활용의 여지가 많고, 부가가치도 크다는게 이들 전문기관들의 분석이다.

본래 차량용 배터리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의 금속류와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그러므로 그대로 땅에 매립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더욱이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2030년경부터는 대량의 배터리가 폐기될 예정이어서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이에 완성차 회사마다 배터리 재활용에 의한 지속 가능한 제조 사이클을 구축하는 작업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자동차 시황 전문매체인 카이즈유 등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차량, 또는 200만t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양의 중금속 폐기물이 우리 주변에 쏟아지는 셈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오히려 그런 ‘자의반 타의반’의 대응이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폐배터리는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경우로 나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검수를 거쳐 농업용 초소형 전기차의 배터리로 쓰거나, 전기 자전거, 캠핑용 충전기 등 소형기기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함으로써 배터리의 수명도 증가하게 되고, 한 곳에 고정된 배터리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재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배터리 증산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폐배터리 문제는 이미 유럽 등지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이보다 앞서 EU집행위원회(유럽위원회)는 이른바 ‘지속 가능한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EV)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유럽 배터리 동맹’을 설립하고,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을 중요한 정책으로 삼아 실천해왔다. 그런 가운데 2020년 12월에는 배터리에 관한 규제를 대거 개정한 규칙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배터리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고,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IRS글로벌은 “‘유럽 그린 딜’에서 2050년까지의 기후 중립(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제로)을 내건 유럽위원회의 ‘순환형 경제 행동 계획’의 첫 번째 시책”이라고 그 의미를 소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10~20년 후 막대한 양의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이란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미 최대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인 ‘Li-Cycle’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의 폐기량은 2020년까지 누적 17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30년에는 1500만t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서 재활용 시장도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글로벌 통계 및 빅데이터 업체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재활용 시장은 2019년에 15억 달러(1조7000억 원)였지만, 2030년이면 180억 달러(20조4000억 원)로 12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고 납품 받는 완성차업체나 배터리 업체들도 잇따라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특히 원재료 가격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 등을 자주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런 이유로 시장 규모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 테슬라,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와 LG에너지 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 회사가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함께 설립한 합병회사 ‘얼티움 셀즈’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회사인 ‘Li사이클’을 설립,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안전 인증 기업 ‘UL’ 및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개발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고,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 순환 경제를 구축함을써 또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그래서 “전기 완성차 못지않게, 폐배터리 분야에서 또 다른 ‘사각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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