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호밍, 최혜 대우, 끼워팔기, 데이터 독점, 교차 네트워크’ 등
온라인플랫폼 불공정행위에, 12개 시민사회단체 행동 나서
‘플랫폼 공정화 전국 네트워크’ 출범
... “법적·제도적 규제, 개선 운동 벌일 것”

사진은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한 것임.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화면.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및 불공정거래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25일 소비자단체와, 중소상인,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 12개 시민사회단체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이하 ‘온플넷’)’를 발족시키면서 이는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도 수시로 이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행정적, 법률적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독점적 행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 등 빅테크 플랫폼의 독점적 폐해는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선 정부와 의회가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 규제와 제재를 가하고 있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국내에선 네이버나 카카오, 배민, 쿠팡 등의 대형 플랫폼들은 그 규모와 경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법적,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채 갖가지 불공정행위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시민단체들의 ‘온플넷’ 출범 메시지에서도 밝혔듯이,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애초 공약과는 달리, 오로지 ‘기업의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필요시 최소 규제’를 주장하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조직적 움직임에 나선 것도 현 정권의 그런 소극적 태도를 불신한 탓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의 불공정행위나 경쟁제한적 행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자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경쟁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멀티호밍 제한’을 일삼거나, 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의 거래조건을 다른 유통채널과 반드시 동등하게 혹은 더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자신들의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의 상품·서비스보다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자사 우대’ 관행이 일반화돼있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끼워팔기’도 흔한 일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교차 네트워크 효과’나 ‘규모의 경제’, ‘데이터의 중요성’ 등 대략 3가지 우월적 행태를 통해 경쟁 우위를 고수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이용자가 증가하면 할수록, 해당 플랫폼의 브랜드 효과나 혹은 시너지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른 이용자들의 편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유명하거나 유력한 플랫폼이 그런 경우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특정 용도로 수집한 데이터를 생산, 물류, 판촉 등 사업 전 영역에 활용하는 등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상을 뜻한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나 ‘데이터의 중요성’ 등으로 인해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이들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에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쏠림효과(tipping effect)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편익 증가, 비용 절감, 서비스 품질 개선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시장의 진입장벽이 강화되어 신규 플랫폼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등 독과점적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력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력을 지렛대(leverage)로 삼아 연관시장까지 독점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의 문어발식 행태와 시장 약탈적 마케팅이 그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시민·소비자단체들이 지적했듯이, 이들의 불공정행위의 유형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 구제·예방책이 미비하고 ▲과도한 광고비·수수료에 따른 자영업자 영업비용 증가와 소비자 부담 전가 ▲데이터 독점에 따른 자영업자의 하청 계열화 ▲자영업자 간 과당 경쟁 유도 등이 횡행한다. 또 ▲광고 등 노출기준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 ▲리뷰 조작 ▲프랜차이즈 영업 지역 교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통한 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배달 노동자 안전 위협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관련 법의 미비로 인해 소비자,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이용사업자,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선진국들의 빅테크 규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EU는 지난 3월 24일 역내에 진출한 구글, 메타 등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런 규제책이 답보 상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온플법) 또한 국회 논의 부족으로 표류 중이다. 시민단체들이 “날로 커져 가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부당한 기업 인수합병·소유지배로 인한 이해충돌, 차별적 취급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온플법’ 제정의 시급성도 커지고 있다”고 촉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 ‘온플넷’을 조직, 출범시킨 소비자·소상인·노동·시민단체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와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이하 ‘온플법’)’이 속히 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혐의 공정위 신고, 쿠팡의 최저가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갑질’ 및 ‘PB제품 리뷰 조작’,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 갑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9개 온라인 플랫폼 및 ‘새우튀김 갑질’을 방조한 쿠팡이츠에 대한 불공정약관심사 청구 등을 나열하며 법적, 제도적 개선과 규제를 실천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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