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봉진 씨에게 3천8백억 대출 ‘입김’…우리銀, 지급 보증…부실 채권 처리
2롯데타워 허가과정서 수천억 검은돈…“MB·우리銀에 법의 심판 있어야”

#. 베이징 화푸빌딩.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 있는 25층 건물 2개동·9층 건물 1개동으로 각각 이뤄진 화푸빌딩은 2007년 시가가 7000억원 수준이었다. 조선족인 민봉진 씨는 당시 이 빌딩을 매입해 새단장한 후 재매각하기 위해 국내 금융권에 손을 내밀었다. 5000억원이 대출을 추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파이시티사업을 진행한 이정배 씨를 조력자로 영입하고 백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 지분은 이 씨(40%), 민 씨(30%), 장모 씨(30%) 등이 소유했다.  이후 두사람은 백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로 활동 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이중 이 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사무실과 쇼핑몰 등으로 이뤄진 지하 6층·지상 35층(연면적 75만 8606m2)의 물류시설과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2조4000억원 규모의 파이시티 건설을 위해 정관계(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실세에 로비를 펼친 (주)파이시티 대표이다.
화푸빌딩은 수요가 풍부해 임대료만 연간 400억원 수준이며, 민 씨의 부인 홍경숙 씨가 현재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으로 23일 구속된 이명박(MB) 전 대통령 뒤에 구린 귓돈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MB는 재임 기간 국내 금융권이 백인베스먼트에 빌려주고 부실 채권으로 전환된 3800억원 대출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7년 말 국민은행과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보험)은 우리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백인베스먼트에 각각 2300억원과 1500억원을 빌려줬다.

지급보증은 우리은행이 백익인베스먼트가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대신 갚겠다는 약속이라, 실제 우리은행이 돈을 빌린 셈 이라는 게 금융권 진단이다.

대출받은 돈으로 백익인베스먼트는 CCP가 소유하고 있던 중천굉업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마베이도스 법인 마운틴 브리즈 주식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푸빌딩을 매입했다. 중천굉업은 당시 화푸빌딩 소유자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주주로 있는 홍콩의 CCP라는 투자회사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던 업체이다.

다만, 백인베스먼트가 3800억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하지 않고 중천굉업(회장 민봉진)의 지분을 담보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은행은 ‘화푸빌딩에 대한 등기가 완료되면 등기를 하겠다’는 민 씨의 말을 믿고 지급보증을 했으나, 이후 등기가 미뤄지면서 부동산 담보를 설정하지 못했다.

부동산 담보가 없는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은 대출 당시 계약 조건대로 우리은행에 채권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고, 우리은행은 2009년 12월 11일 대한생명으로부터 1500억원, 이듬해 1월 20일 KB국민은행으로부터 2300억원의 채권을 각각 인수했다.

그러다 이들 채권이 부실화 되면서 결국 기업개선단으로 넘어갔으며, 우리은행에는 3800억원의 부실이 발생했다. 2009년 우리은행의 대출채권처분손실액이 2837억원으로 전년(181억원) 보다 1467% 급등한 이유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이미 부실 처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시간이 상당히 지난 일이고, 관련자 대부분이 퇴사한 상태라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해외사업부가 지급 보증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은행에 해외사업부가 없는 점을 고려할 경우 당시 이팔성 전 회장이 이를 주도했을 것이라는 게 이 금융권 지적이다.

우리은행 서울 회현동 본점.
우리은행 서울 회현동 본점.

이 전 회장은 당시 대통령이던 MB 2년 후배로, 두사람은 196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고려대학교에서 함께 수학했다. MB 취임 4개월 후인 2013년 6월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MB와 나란히 2013년 2월과 6월에 각각 퇴임했다.

MB라인이던 이 전 회장이 거액의 뇌물(22억원)을 MB 사위 이상주 씨에게 건넸고, 담보 대출 없이 거액의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회장 선임 대가로 20억원을 전달했고, 이중 일부는 MB의 형 상득(8억원) 씨와 상주(14억5000만원)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파이시티 시행사와 우리은행이 화푸빌딩 프로젝트와 관련해 MB의 해외비자금(420억원)을 조성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과 MB가 공조해 200억원에 파이시티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우리은행은 2011년 10월 31일 탄원서를 통해 민 씨가 대출 주선의 대가로 27억4000만원의 뇌물을 건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 씨는 우리은행이 백익인베스먼트의 동의 없이 자금을 불법으로 인출해 횡령을 당했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MB 재임 기간 건설 허가가 난 서울 잠실 제 2롯데타워 역시 MB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2롯데타워 건설을 추진했으나 매 정권마다 인근 서울비행장으로 인해 무산됐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MB는 취임 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서울비행장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 변경하면서 2롯데타워 건설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검은 돈이 오갔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현 문재인 정부가 경영비리와 최순실 씨 국정논단 등을 엮어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를 재단하려는 배경에 MB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지급 보증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MB 등이 관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수천억원의 국부 유출에 대한 MB와 우리은행에 대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의 경우 2016년 하반기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현재 18.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전에는 공사가 60%에 육박하는 지분을 소유하면서 공기업 성격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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