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연임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2연임에 성공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부터이다. 윤 회장이 2연임에 성공하자 KB금융그룹노동조합은 ‘셀프 연임’이라 성토하고, 윤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이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받았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여기에 화답했다. 최 전(前) 원장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을 제지하기 위한 급조된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지주사가 KEB하나금융그룹이었다. KEB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의 3월 임기 만료에 맞춰 회장 후보를 받을 준비를 했고, 자타가 김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 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김 회장이 시범적으로 걸린 셈이다.

KEB하나금융그룹은 회장추천위원회에서 김 회장 빼고 셀프 연임을 원천 차단했다. 30여명에 가까운 회장 후보자가 지원서를 내면서 김 회장은 셀프 연임에서 다소 자유로워 졌으며, 회장추천 위원회는 서너차례의 심층 면접을 통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추대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하순부터 3번째 회장직 수행에 들어갔다.

이제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공은 넘어갔다. 2015년 4월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가 이달 28일까지라서이다.

현재 김 회장은 3연임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지만, 금융당국의 셀프 연임 지적이 뇌관이라 연암을 낙관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게다가 농협은 공공금융의 성격이 강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점도 김 회장의 연임에 걸림돌이다.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내세우는 정부의 금융정책이 김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기업을 포함해 금융지주사의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KB금융의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 폭을 확대했으며, 지난해에는 순이익 3조를 넘기면서 신한금융그룹에 뺏긴 업계 1위 자리도 탈환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김 회장도 실적이 좋기는 마찬가지이다.

농협금융의 김 회장 역시 실적이 탁월하다. 김 회장은 취임 이듬해 빅배스(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해 농협금융의 만성적인 문제이던 부실 채권을 털었을 뿐만이 아니라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결국 금융지주사의 회장 연임은 셀프가 아니라 실적에 다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개헌을 기정사실화 했다. 대통령직을 5년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바꾸기 위한 수순이지만, 현재 여당 독주 체제를 감안할 경우 개헌은 시간문제이다.

아울러 현재 야당 내에 현 정권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년은 친 문재인 파가 전권을 휘두를 전망이다. 정책의 영속성을 위한 것이지만, 이 또한 셀프 연임에 다름 아니다.

10년은 금융지주 3연임인 9년보다 길다. 정부가 하면 ‘정책’이고, 민간이 하면 ‘꼼수’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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