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10곳 중 4곳, 계약서에 조정 항목 없거나, 아예 ‘조정 불가’ 명시
...건설업계 특히 심해
하도급법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안 지켜져

사진은 중소 프린팅 및 사인업체들이 주로 참여한 '2019국제사인디자인전'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 프린팅 및 사인업체들이 주로 참여한 '2019 국제 사인디자인전'.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국제적 공급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와 원청업체와의 계약서에 “원자재 등 가격상승에 따른 단가조정 조항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1%에 그치고, 아예 그런 조항이 없거나 ‘조정 불가’로 명시된 경우가 37.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수급(납품)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조정해달라는 요청에 원청업체의 51.2%는 협의를 개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48.8%는 협의를 개시하지 않거나, 협의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응답자의 57.6%는 “조정협의 등을 통해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일부라도 납품단가에 반영됐다”고 답했으나, 42.4%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공정위는 최근 원자재 가격급등에 맞춰 원·수급사업자 간에 적절한 납품단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긴급 점검하고 이같은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그 대상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를 주 원료로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및 전문건설협회 소속 회원사들이다. 이들에 대해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요건 등 관련조항의 계약서 반영 여부, 조정협의제 활용 실태 등을 중점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하도급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조항이 반영돼있는지, 부당특약이 설정돼있는지, 그리고 납품단가 조정신청 여부나 협의진행 결과, 제도개선 필요사항 등에 대해 중점 조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하도급법 상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에 따르면 이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있을 경우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게을리 하지 않도록 돼있다.

즉 법 제16조의 2는 ‘원자재 가격 등 공급원가(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변동으로 하도급대금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수급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가 속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을 할 수 있으며, 원사업자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내 협의를 개시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 현실에선 이같이 법에 규정된 조정협의제도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원자재 등 가격이 상승할 경우,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없어도 하도급법에 따라 업체가 직접 조정을 요청하거나 조합을 통해 대행협상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응답한 수급사업자가 각각 54.6%, 7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신청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실제로 공급원가 상승에 따라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해 본 적 있는 수급사업자는 전체 응답자의 39.7%에 불과했다. 그 나마 업종별 직능 조합을 통해 대행 협상을 신청한 경우는 8.2%였으며, 91.8%가 업체가 직접 조정을 요청한 경우로 조사됐다.

조정 협의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했다. 거래단절이나 경쟁사로 주문이 돌아갈 것을 우려(40.5%)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조정을 요청해도 원사업자가 거절할 것 같아서(34.2%)란 대답도 많았다. 법적으로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지 몰라서(19.0%)라거나, 이미 조정되었거나 조정 예정이라서(13.1%)라는 등의 대답도 그 뒤를 이었다.

또 납품단가 조정신청 이후 51.2%는 “원사업자가 협의를 개시했다”고 응답한 반면, 그런 경우 조차 “협의를 개시하지 않거나, 협의를 거부한 경우”가 48.8%나 되었다. 다만 조합을 통해 대행협상을 신청한 경우는 개인 업체가 한 경우보다는 원사업자의 협의개시 비율이 69.3%로 높게 나타났다. 단체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히 건설업종의 경우는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1.2% 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공표한 공정위는 “납품단가 조정 조항이 계약서에 반영되고, 수급사업자의 조정신청 권리를 제한하는 부당특약은 근절되도록 교육·홍보와 함께 적극적 법 집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