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소재 공급난 심화, "속수무책"
대기업은 체계적 대응 나서
중소기업 위한 정책적 지원 절실

사진은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2022MBC건축박람회' 전시장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2022 MBC 건축박람회' 전시장.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공급난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속수무책이거나 원자재가 없어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 산업연구원, KDB(산업은행)미래전략연구소 등 전문 연구기관들은 공급선 다변화 등 대책과 함께 당국의 긴급한 대처 방안을 촉구하고 있지만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반도체, 석유화학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연구원 등이 최근 국내 수출기업 109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5%가 공급망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특히 물류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수익성 악화를 가장 큰 애로로 지적했다. 또한 응답기업의 1/4이 실질적 대응방안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공급망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수출기업이 겪고 있는 공급망 교란은 ‘물류난(35.6%)’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익성 악화(27.8%)’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들은 공급망 위기 타개를 위해 ‘수입선 다변화’나, ‘핵심품목 비축확대’ 등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체 공급원 발굴이나, 공급난 대응 전담조직 강화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뚜렷한 대책도 없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전담조직을 꾸리거나 대응 인력을 따로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는 대부분 대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극소수(설문 조사 대상기업 전체의 6.9%)만이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아예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할 예정이며, 별도의 대응전략은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은 국제적인 원자재 공급난의 와중에 그냥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무역협회 설문조사에선 생산감축・중단예정이라는 답변이 15.3%, 대응전략이 없다는 답변도 12.4%로 나타나 대상기업 4개사 중 1개사는 공급망 교란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무역협회는 “장기화, 상시화되는 공급망 위기 상황 속에서 수출 기업은 수입선 다변화, 재고비축 등의 노력을 통해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또 “정부는 특히 중소기업들을 위한 물류난 해소 등 시급한 문제 해결에 힘쓰고,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선제적인 정보 제공 등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로부터 스테인레스강 제조 공정에 필요한 페로실리코크로뮴을 거의 전량92.9%) 수입하고 있다. 또 나프타(23.4%)와, 반도체공정의 핵심 소재인 팔라듐(33.2%), 크립톤(17.5%), 크세논(9.2%), 네온(5.3%) 등의 중요한 재료도 국내 수요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일부 수산물(대게 100%, 명태 96.1% 등)은 거의 전량을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즉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2075개 품목 중 118개 품목이 국내 수요의 20%를 상회하고, 62개 품목이 50% 이상(무역협회)을 차지한다. 또 우크라이나로부터는 크립톤(30.7%), 네온(23%), 크세논(17.8%) 등의 반도체용 소재의 상당량과 식용유, 곡물 등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그 중에는 주로 중소기업들의 생산자재나 취급 품목이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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