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칼럼] 뉴질랜드의 현충일
[박춘태 칼럼] 뉴질랜드의 현충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거주
박춘태 교수 

뉴질랜드에서 매년 4월 25일을 ‘안작데이(ANZAC Day)’라고 부른다. 이 날은 뉴질랜드의 현충일로 국가 공휴일이다. 따라서 관공서 및 많은 회사들이 휴무를 한다. ‘ANZAC’의 의미는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이라는 ‘Australian &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다. 안작데이가 공식적으로 불리게 된 시기는 1916년 부터였으며 1922년부터는 세계 1차 대전 동안에 희생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경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오늘날 뉴질랜드에서 부르는 ‘안작데이’는 뉴질랜드가 참가했던 모든 전쟁에서 희생됐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예로,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 이라크전 등이 해당된다. 이 날 각 지역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여러 전장에 참가했던 노병의 참전용사들, 참전용사의 후손, 일반시민들이 새벽에 퍼레이드를 벌인다. 또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여는데, 전쟁기념비 및 기념탑 헌화 등을 진행하며 시민들은 붉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단다. 굳이 붉은 양귀비꽃을 다는 이유는, 양귀비가 전쟁을 상징하는 꽃으로 피를 흘리며 희생된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 역시 꽤 많은 인원이 추모 행사에 동참하며 기부를 하기도 한다.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4월 25일 터키의 갈리폴리(Gallipoli) 상륙작전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컸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한 동맹을 이루고 있었던 반면, 터키는 독일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는 지중해로 진출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터키가 장악하고 있던 ‘보스포루스(Bosporus)’라는 해협이 큰 장애가 되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장애를 제거하고자 같은 동맹국이었던 영국에게 터키의 갈리폴리(Gallipoli) 공세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동의한 영국은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동참을 요구한다. 영국은 47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최초로 연합군을 편성하여 동참하게 되는데, 이렇게 편성된 안작연합군(ANZAC)’은 호주군 2만 명, 뉴질랜드군 1만 4천명으로 구성됐다. 영국, 캐나다, 그리고 안작연합군은 4월 25일 새벽부터 전개된 터키군과 치열한 격전 끝에 갈리폴리 상륙에 성공한다. 하지만 점령 과정에서 큰 인적 손실을 가져 왔다. 격전에서 안작 연합군은 1만 8천여명이 희생 또는 부상을 당하게 된다. 이 중 뉴질랜드군의 전사자는 2,700명 가량, 피범벅 된 부상자는 4,850여 명에 달했다. 당시 뉴질랜드 총인구가 약 100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희생이었다. 영국은 무려 12만 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적 손실을 입게 되는데, 전사자 3만 3천여 명, 실종자 7천 6백여 명, 부상자가 7만 8천여 명에 달했다.

현재 뉴질랜드는 코비드-19 신호등 주황색 단계다. 따라서 각 지역별 새벽 퍼레이드 및 추모 행사가 축소 진행 또는 취소었다. 하지만 행사장에 참석하는 것 외에 전국적으로 세워진 추모비에 퍼피(Poppy)를 헌화 하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뉴질랜드인들이 기리는 안작 정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