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대출 위주, 시중은행과 마찬가지
카뱅 중고신용자 대출 계좌비중, 중저신용자 2배 이상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화면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중금리 대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여전히 고신용자 대출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는 수익성 위주의 대출 행태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금융업 진출을 위해 지나치게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의원(정의당)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액보다 고신용자 대출 증가분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뱅크가 중고신용자(KCB 기준 801점~1000점, 1등급~4등급 초반)에게 빌려준 가계대출(주택담보‧신용) 잔액을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20조761억원에서 그 해 12월 기준 21조1975억원으로 6개월 사이 1조1214억원 늘었다. 반면 중저신용자(KCB 기준 1점~800점)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조465억원에서 4조660억원으로 1조195억원 느는데 그쳤다. 중저신용자보다 중고신용자들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1000억원 넘게 많은 셈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가계대출 계좌 수는 같은 기간 42만4750좌에서 61만632좌(지난해 12월)로 18만5882좌 늘었다. 중고신용자 대상 대출 계좌 증가보다 중저신용자 계좌수 증가 폭이 더 컸지만, 대출 계좌 비중은 중고신용자가 69%(2021년 12월 기준)로 중저신용자 비중(31%)의 두배를 훌쩍 넘겼다.

케이뱅크의 경우 중고신용자에게 빌려준 가계대출(주택담보‧신용)의 계좌 수가 지난해 6월 20만8533좌에서 그 해 12월27만6123좌로 6만7590좌나 늘었다.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상 가계대출 계좌 수는 4만9933좌에서 7만4843좌로 2만4910좌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고신용자 가계대출 계좌 수 증가가 중저신용자들 계좌 증가 규모의 약 3배에 달한다.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중고신용자는 지난해 6월 4조5592억원에서 그 해 12월 6조1940억원으로 6개월 사이 1조6348억원나 늘었다. 반면 중저신용자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5256억원에서 8936억원으로 368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출범 5년 차인 케이뱅크는 그동안 중금리 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카카오뱅크 또한 윤호영 대표가 지난해 2월 신년사에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뱅의 경우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자, 지난해 연말 중금리대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전·월세 대출을 제외한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쓰기도 했다.

배진교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 시장을 책임지겠다던 도입취지가 무색하다”며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중금리대출을 내놓으면서 중금리대출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라는 정책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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