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공정과 상식
[장태평 칼럼] 공정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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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공정’은 아마도 이 시대 최대의 화두인 듯하다. 문재인정부가 5년 전 출범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국정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불공정 시비를 야기했다. 그래서 야당은 무너진 공정과 법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대통령선거 슬로건으로 ‘공정과 상식’을 제시하였다. 결국은 이 10년 간 국정에서 공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셈이다. 문 정부가 내걸었던 그 표어는 2015년 4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인용한 것이라 한다. 인민일보는 “우리가 주창하는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결과의 정의'까지 고려하고, 이를 사회 각계각층에서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정의 개념을 잘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이 중국 국민에게도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한 셈이다.

공정과 정의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의미상 약간 차이가 있다. 영어 표현으로 공정은 fairness, 정의는 justice로 표현한다. 공정은 ‘경쟁의 기회와 조건을 같게 함’을 강조하는 뜻이며, 또한 과정의 정당성이나 결과의 형평성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즉, 공정은 법률이나 사회적 관례 그리고 상식 등 어떤 기준을 전제로 하여 비교 또는 평가하는 개념이다. 정의는 공정, 정당, 형평의 개념을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정성적이면서 도덕적인 기준을 강하게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정은 정의보다 다소 구체적이고 기준이 제시된 개념이다. 따라서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고려를 위해 이 글에서는 공정의 개념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우리나라가 공정에 관심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정이란 불편부당함을 말한다. 공정을 끊임없이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는 조국사태, 윤미향 사태, 박원순 사태, 추미애 사태, 그리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라임 옵티머스 관련사건, 대장동과 백현동 관련 비리 사건 등의 처리과정에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였다. 편 가르기로 공정의 가치가 보편성을 잃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는 도덕과 윤리 등 사회적 가치가 크게 무너지게 되었다. 국가의 외적 성장에 걸맞게 내적 가치도 향상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는 불행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며, 국민소득도 높은,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OECD에서 최하위권이다. 이런 현상은 문화와 생각의 차이 때문이라 하겠다. 공정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린 형제들이 싸울 때, 부모가 중재를 하거나 야단을 치는 것을 상정해 보면, 두 아이 모두 부모가 공정하다고 수긍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대기업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하여 노동자와 기업가들은 서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소득자로 정부지원을 받는 사람들 중에도 지원액이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정하다 또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즉,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과 결부된다. 따라서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도 다르다. 100년 전이나 200년 전의 공정과 현재의 공정은 차이가 있다.

공정은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상식과 결부된다. 사람들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아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상식에 적합한 일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상식이 제도화 되고 그것이 국가적 기준으로 확보되고 지켜지는 것이 법치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최대 다수의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공정과 상식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도록 보편성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공약이 지켜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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