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전환, 전기차 확산 등 ‘그린 열풍’이 원인
우크라 사태, 인도네시아 수출규제 등 국제 정세도 한몫
국내 중소제조업체들 ‘막막’…대기업들은 현지 합작 등으로 돌파

사진은 해저 망간괴에서 배터리 금속재료를 채굴하는 시추선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더메탈컴퍼니)
해저 망간괴에서 배터리 금속재료를 채굴하는 시추선.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더메탈컴퍼니]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종래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는 달리, 리튬이나 니켈 등 광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까지 겹쳐 제조업계를 비롯한 국내 산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를 두고 ‘그린열풍’이 가져오는 또 다른 변화로 인식했다. 즉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그린에너지 전환은 기존 화석연료에 집중된 소비시스템에서 광물 등 물질 집약적 생산시스템으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 정부 대응이 강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의 이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연구소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이나 석탄·가스발전 등 탄화수소 기반의 화석연료를 주로 이용해온 산업 분야와는 달리,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화석연료 대신 광물자원이 대량으로 필요한 부문에서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모터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보다 1대당 광물 사용량이 약 6배 높으며, 해상풍력은 비슷한 규모의 가스발전보다 13배 이상 많은 광물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알루미늄, 구리 등이다. 이들 광물은 그린에너지 확산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는 리튬, 니켈 등이 필수적이며, 풍력 및 전기차 모터용 자석 등은 희토류 사용량이 많고, 알루미늄 및 구리 등은 전력망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이 불확실한 국제정세까지 겹치면서 광물 시장 전반에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세계 각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재설정함에 따라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도네시아의 광물 수출 규제,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 등으로 대외여건이 불안정해지면서 광물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와 중소 부품업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광물을 원료로 완제품을 만드는 국내외 다운스트림 기업들이 광물 자원 개발 및 직접 조달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자원개발이나 처리업체들도 개발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인도네시아의 광물 수출 규제 등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알루미늄 생산의 9%, 5%를 차지하며 전쟁으로 인해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형물이나 장식용 알루미늄바를 생산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알루미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이젠 바 생산을 중단하고 갈바(합금)나 포맥스 재료로 눈을 돌릴 생각”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 2020년 광물법을 개정하면서 2023년 6월 11일부터 광물 원광 및 원자재 수출 대부분을 중단할 예정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 중단 시기를 더욱 앞당길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러 광물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리튬이다. 이는 2019년 1월 가격을 100이라고 했을 때 2022년 2월에는 539까지 치솟았다. 이 밖에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뮴과 마그네슘도 2019년에 비해 2~3배 상승했으며, 전기동, 알루미늄, 니켈, 코발트 등도 160~200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무엇보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피해와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광물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2022년 들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국내 수급은 위기 수준이거나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구소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광물별 수급안정화지수(2022년 2월 기준)에 따르면, 리튬은 수급 위기, 니켈과 코발트는 수급 불안 단계에 위치”한다고 실태를 전했다.

이에 연구소는 “국내 기업들은 광물 원재료를 채굴, 생산하는 업스트림과 장기 구매계약·지분투자 등과 같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생산 내재화, 리사이클링 등 안정적 광물 조달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은 일차적으로 원광·1차 제품 등 원재료의 장기 구매계약을 늘리고, 광산이나 제련 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기도 한다.

특히 자동차·배터리 등 다운스트림 기업들은 업스트림 기업과 소재 생산을 위한 합작기업(JV)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수단으로 자체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리사이클링을 통해 핵심 광물의 회수율을 높이는 한편 희소금속을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낮추는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구소는 “나아가선 에너지 전환에 맞추어 새롭게 형성되는 광물 수급의 역학 관계에 대응하는 한편,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장했다. 즉 광물 가치 상승에 따른 다양한 영역의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나, 종래 채굴 위주가 아닌 정련으로 공정을 바꾼 인도네시아처럼 자원 보유국의 전략 변화, 환경과 인권 기준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자원 수급의 새로운 역학관계가 구축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조달 여부는 향후 그린에너지 확산 및 에너지 전환 주도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초크 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제품 생산능력 확대 및 원가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될 전망”이라며 “국가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광종, 제품 등급, 대체재 개발과 기술발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니켈 등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핵심 광물은 선제적으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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