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개 이노비즈기업은 제조강국의 초석"
텔스타홈멜㈜ 대표이사..."제조업은 영원하다"
스마트팩토리 설비 제조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
매달 일정액 받고 스마트팩토리 위탁운영
인위적 구조조정 거쳐 소프트웨어 역량 키워
이노비즈협회 회원사 검색 플랫폼 연내 오픈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이 경기도 평택 현곡산단에 위치한 텔스타홈멜㈜ 사업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이 경기도 평택 현곡산단에 위치한 텔스타홈멜㈜ 사업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임병훈(64) 텔스타홈멜㈜ 대표이사. 2만개가 넘는 인증기업을 보유한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늘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말투에는 거침이 없다. 비즈니스 방식도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다. 구독경제도 그 하나다. 매달 일정액을 받고 스마트팩토리를 위탁운영해주는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일종의 제조업 렌탈 서비스다. 수요기업 입장에선 우선 시설투자 부담이 없고 인력운영도 필요없다. 하드웨어 업종에서 보기 힘든 ‘발칙한 상상력’의 구현이다. 그는 비즈니스 방식도 남다르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를 통한 비즈니스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친다. 오직 기술력과 실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이다.

국내 중소기업으론 유일하게 스마트팩토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공급하는 그는 “지구가 지속되는 한 제조업은 영원하다”고 주장하는 제조업 지상주의자다. “이 세상이 다 변해도 제조업은 없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제조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사업하는 궁극의 목표”라고 답했다.

지난달 말 경기도 평택 현곡산업단지내 텔스타홈멜 사업장에서 임병훈 회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2005년 서울 등촌동 공장 부지를 팔아 이곳 4000평의 부지에 당시로선 최신건물을 지었다. 스마트팩토리를 전파하는 혁신 전도사답게 ‘공장’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넓고 쾌적한 최신식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인 텔스타홈멜은 엔진조립·미션조립 라인 등 맞춤형 설비를 수주해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식품회사, 정수기회사 등으로 고객을 다변화해 스마트공장을 턴키로 지어주는 회사로 변모했다. 하지만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교체되는 것과 함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고민 끝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데 성공했다.

사업경력 35년 중 스마트팩토리 사업만 10여년을 해온 그는 설비 제조에서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몇년간 설비 제조 파트는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으로 돌리고, 개발인력을 확충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메인으로 구축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540억원까지 갔던 회사매출이 지난 3년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인위적인 다운사이징을 감내했다. 대신에 엔지니어링 서비스 부문을 키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일어나 올해 최소 300억원, 내년에는 500억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위기가 오지 않는 한, 평생 하드웨어를 하던 사람은 변화하고 싶지 않은 법이지요. 그래서 일부러 서비스 쪽을 키우려고 매출감소를 각오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코너로 몰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되게 한 것입니다. 지난 3년간 그야말로 마음껏 스마트팩토리 모델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았어요. 사람이 싫어하는 공정은 다 자동화를 시켰습니다. 덕분에 시설제조 쪽 직원은 20여명에서 지금은 반의반도 안돼요. 대신에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전환해 전체인력은 변함이 없습니다.”

텔스타홈멜은 평택 공장에 90여명, 경주공장에 약 2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중국 일조시(日照市)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임 회장은 상품의 범위를 고객의 사용경험까지 넓히는 것, 다시 말해 매달 일정액을 받고 스마트팩토리를 위탁운영해주는 구독경제 방식으로 가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방식으로 제조해서 살아남을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팩토리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런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스마트화에 따른 비용 문제에다 비전을 못읽어 변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그걸 해내는 회사는 살아남고 못해내는 회사는 사라질 것이며 그 과정이 앞으로 10~20년 동안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새로 공장을 짓는 데 지원하는 대신에 현재 60%도 안되는 중소기업 가동률을 자동화를 통해 80%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실현되면 나라가 확 바뀔 것이라며 근면 성실한 국민성을 지닌 나라에서 생산성 수치가 그처럼 낮게 나온다면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텔스타홈멜의 스마트팩토리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스템. 평택 사업장에서 경주 공장의 스마트팩토리를 원격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다.
텔스타홈멜의 스마트팩토리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스템. 평택 사업장에서 경주 공장의 스마트팩토리를 원격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다.

화제를 이노비즈협회로 돌렸다. 임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이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인 이노비즈기업들의 경쟁력과 신뢰자본에 대해 한층 굳은 확신을 갖게 된 듯 했다.

“주요 경제단체장 회의에 중소기업계에서 이노비즈협회가 추가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제조강국이고, 초일류 제조강국의 초석은 이노비즈기업들입니다. 이렇게 좋은 조직을 만들어놓고 활용을 안하는게 안타까워요. 과거 정부가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이노비즈 인증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10대 이노비즈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도 ‘제조강국 대한민국, 제조혁신 이노비즈’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플랫폼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슬로건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조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미국·독일 등 OECD 선진국들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을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일찍이 정부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펴오고 있습니다. 설립 3년 이상 되고 R&D 시설을 갖춘 기업에 대해 이노비즈인증을 주고 있는데 현재 2만1000개 기업이 이노비즈기업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노비즈 인증이 있나 없나’를 갖고 검증된 기업인지를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

전체 이노비즈인증 기업 중 6500개 정도가 회비를 내며 협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일종의 가치사슬 클러스트 개념으로 회원사 디지털 검색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늦어도 올해안에 오픈할 예정이다. 협회 회원사 대표와 정부부처 사무관급 정책실무자가 플랫폼 고객이다. 원료조달, 생산, 포장, 판매 등 가치사슬상에 있어 검증된 협력사를 찾고자하는 기업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검색 플랫폼이 구축되면 ‘친환경 화장품 원료’ 등 원하는 키워드를 넣어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추려낼 수가 있다. 기업입장에선 가치사슬상의 믿을 수 있는 사업파트너를 찾고, 정부입장에선 정책지원 기업을 찾는 등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플랫폼 작업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임 회장은 “가치사슬을 투명하게 하고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며 “생각보다 쉽지 않으나 협회장으로서 반드시 해내려 한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