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등, ‘원자재값 지속 상승’ 기존 전망과 다른 예측
11개 주요 원자재 중 러-우 생산비중 20% 미만 7개 등 근거
기업·소비자 피해 줄이기 위한 장단기 공급망 관리 정책 필요

사진은 철강과 알루미늄 재료를 가공하는 중소제조업체 공장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철강과 알루미늄 재료를 가공하는 중소제조업체 공장.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앞으로 장기간 원자재 값이 급등할 것이란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한국무역협회는 “올 하반기에는 가격이 안정세 내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해 관심을 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분석 자료를 통해 “올해 들어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는 하반기에는 러-우 전쟁 불안심리 완화, 재고 증대에 힘입어 하락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우선 그 근거로 세계 원자재 공급에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11개 주요 원자재의 공급 구조를 살펴본 결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품목은 크립톤(80%), 네온(70%), 팔라듐(42.9%), 소맥(26.6%) 등 4개였다. 천연가스(16.8%), 옥수수(13.8%), 원유(13%), 니켈(11.3%), 알루미늄(5.6%), 석탄(5.3%), 구리(3.9%) 등 나머지 7개 품목은 모두 2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러-우 전쟁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원자재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유, 석탄,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은 3월 초 고점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빠르게 안정됐다. 특히 석탄 가격은 3월2일 440달러/t에서 4월1일 258.8달러/t으로 40%이상 하락했다.

특히 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보다는 전쟁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며 “가격 급등 후 최근 약 보합세를 보이는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 들어가면 불안심리 완화 및 재고증대에 힘입어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러-우 전쟁 불확실성이 있으나 올해 4분기 원유는 배럴당 80달러대, 석탄은 톤당 150달러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4월1일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의 비축유 추가 방출을 발표하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등 공급 확대에 따른 추가 가격 하향 안정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 결과 하반기 중으로 원유가격인 현재가보다 20% 내외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석탄 가격 역시 하반기 중 톤당 150달러대로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40% 내외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올해 인도·중국에서 증산이 예정되어 있는 등 공급 불균형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천연가스도 하반기 중 가격이 4달러 내외로 하락하며 현재가 대비 3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EU가 공급선 다변화 및 소비 감축에 적극 나서면서 2021년말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리 가격 역시 하반기 중 톤당 9,600 달러대로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6% 내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친환경 전환으로 구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나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초과 공급으로 하반기 중 가격이 소폭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제조업의 필수 자재이기도 한 알루미늄 가격도 하반기 중 t당 3200달러대로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7% 내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 모듈, 풍력 발전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장비를 위한 알루미늄 수요가 견조하고, 하반기 들어 중국의 환경규제가 완화되고 알루미늄 공급도 회복되면서 가격은 소폭 하향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필요한 니켈 가격도 하반기 중 톤당 22,000달러대로 진입하여 현재가 대비 30% 내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필라듐도 하반기 중 트로이온스(t oz)3)당 2,200달러대로 진입하며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중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완화되고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용 팔라듐 수요 증가가 예상되어 러-우 사태 종료 전제에도 불구, 가격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어, 팔라듐의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곡물가격도 하향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옥수수의 경우 하반기 중 부셸당 600센트대로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15% 내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주요 옥수수 생산국이 2021/22년도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 공급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공 등의 옥수수 수확시기 이후인 금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늘아나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소맥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중엔 부셸당 800센트대로 진입하며 현재가에 비해 15% 내외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가격이 점차 오르면서 인도, 호주 등의 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소맥 가격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기관은 결론적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이 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핵심 원자재 비축량을 확대하고, 원자재 재수출과 매점매석 제한, 수입관세 인하를 실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비축 대상 품목을 늘리고, 해외 자원개발, 원자재 가공 및 처리기술 확보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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