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로 기업과 산업 경쟁력 약화, 국제적 비중과 위상 하락
다만 기시다의 ‘새로운 자본주의’, 지속적 임금인상 등 귀추 주목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추구, 구체적 계획 마련
“환율과 유동성 기댄 ‘편한 장사’로 경쟁력 잃어” 진단도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의 전시관 '빅사이트'에서 열린 '제1회 스마트 물류 엑스포' 현장.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의 전시관 '빅사이트'에서 열린 '제1회 스마트 물류 엑스포' 현장.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경제패턴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6년 간의 ‘아베노믹스’가 완벽한 실패임이 입증되면서 더욱 일본 경제는 그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국내 연구기관 일각에선 “다만 일본 경제를 주시해야 할 원인” 몇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제시해 눈길을 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제시한 일본경제에 관한 해석과 전망이 그 대표적이다. 이 기관의 손영환 연구원은 전망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경제규모와 교역 등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어들면서 일본경제에 대한 관심이 감소되었다”고 일단 현실을 진단했다.

손 연구원은 그러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일본경제의 중요도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순환이나, 자금흐름 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일본경제 향방을 여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순환이나 해외 투자, 기업 경쟁력, 자산 가격 등 분야별 최근 동향을 통해 일본경제의 명과 암을 분석해 주목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명목설비투자 기준 중기순환의 경기확장 국면이 오는 3분기부터 시작되며,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단기, 중기, 장기, 초장기 등 4개 경기순환의 상승국면이 모두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의 대규모 해외투자자금은 세계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일본 국내외 여건이 변화할 경우 자금 흐름이 바뀌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일본기업의 경쟁력 순위는 WEF 평가 6위이지만, IMD 평가는 31위다. 스위스의 IMD가 WEF에 비해선 좀더 경제 외부효과를 비롯한 좀더 다각도의 평가 분석을 가한다는 점에서 한층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분야의 평가가 높아 기업활동으로 연결될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될 소지가 있다”는게 손 연구원의 전망이다.

그에 따르면 또 아베노믹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버블 붕괴로 크게 하락했던 주가와 부동산가격도 역설적으로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기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닛케이주가는 버블 당시의 역대 최고치와 비교하여 2021년 9월에 76%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부동산가격도 외국계 펀드의 매수 재개 움직임 속에 코로나19 직전인 20.4% 수준까지 반등했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손 연구원은 “향후 일본경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통해 기업들의 기대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시다 총리는 시장원리와 규제완화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각종 병폐를 낳았다는 인식 하에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올해 6월까지 구체적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어서 두고 볼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일본 경제정책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일본기업들의 장기적인 성장 기대치를 높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며 “일본기업들의 기대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구 구조 악화로 인한 경제하방압력을 완화 또는 상쇄시킬 만한, 일본정부의 신뢰 가능한 성장전략이 필수”라고 조건을 달았다. 실제로 일본의 임금은 구매력 기준으로 지난 1994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정규직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정규직 임금(약 350만원)보다 못 미치는 300만원 수준이며, 선진국 중에선 최하위다. 그로 인해 소비 여력이 날로 감소되고 내수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제규모는 명목GDP(2021년 5조달러)에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이지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4년 17.9%의 정점을 기록한 후 2021년 5.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교역에서도 일본의 상품 수출입액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지만, G20국가를 기준으로 한 비중은 1996년 11%에서 2020년 5.9%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또 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당분간은 구조적으로 급격한 회복이 힘들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업들의 경쟁력과 체질 강화를 외면한 탓으로 본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경제학과)는 평소 “일본 경제는 오랜 세월 통화정책에 기대어 유동성을 살포하는 전략과 엔화 저평가와 같은 환율 전략으로 일관했던 것이 패착을 불렀다”며 “특히 그런 정책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아베노믹스’로 인해 기업들은 치열한 R&D나 체질 개선보다는 환율과 유동성에 의존하며 ‘편한 장사’를 해왔고, 결국은 일본 경제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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