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중기부·산업부 기능재편 및 통폐합 검토
중기부, 탄생 5년만에 명실상부 '경제부처'
...코로나사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정책지원, 제2벤처붐 창출 등
"산업정책과 기업정책 분리해야"
"독립된 정책·입법 가능해야 中企 보호·육성할 수 있어''
''중기부 신설은 5년전 여야 공통 대선공약''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 통합론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왜 중소벤처기업부가 독자적으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 통합론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왜 중소벤처기업부가 독자적으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태어난지 5년된 중소벤처기업부의 통폐합 및 기능재편이 논의되고 있어 해당 부처는 물론이고 중소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인수위는 중기부 등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소기업 전문가에 따르면 중기부를 친정 격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다시 합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함께 중기부의 주요 정책파트 중 하나인 ‘스타트업’ 부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보내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중기부와 산자부의 통합론이 제기됨에 따라 중기부 공무원들은 28일 이를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중기부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대선만 해도 여야 모두 중기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건만 불과 5년만에 중기부 기능을 쪼개 과기부·산업부에 이관하고 조직 통폐합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이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국가가 중소기업에 대한 헌법적 의무(중소기업 육성·보호)를 다하는 역사적 흐름과 반하는 이야기이자 중기청이 출범한 1996년 이전으로의 회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기부 노동조합은 무엇보다 “불평등한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을 육성·보호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부처가 독립적인 정책과 입법을 할 수 있어야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한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 제정)만 해도 과거 법률안 제정에 있어 번번이 산업부의 반대에 부딪히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밝혔다. 손실보상 법제화, 제2벤처붐 조성 등의 성과가 창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 승격 이후 독립된 정책과 입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 구축이 시대적 사명인 만큼 이를 완수할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이 돼야 할 것”이라고 노동조합은 호소했다.

중소기업 전문가들 중에선 중기부 승격 전 마지막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주영섭 전 청장(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이 중기부·산업부 통합안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 전 청장은 중기부와 산업부를 통폐합하는 것에 대해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그는 ‘중기부가 왜 독자적인 부처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각계를 상대로 설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 전 청장은 2017년 대선 당시 중소기업청장으로 있으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도출해낸 핵심인물이다. 주 전 청장은 당시 중기청 직원들과 함께 국회를 비롯해 관련 부처, 학계 등지를 발로 뛰어다니며 중기부 신설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작업을 했다.

주 전 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부 승격을 위해 2016년 12월 준비작업에 들어가 2017년 1월부터 각계를 접촉해 설득작업을 했다”며 “정부조직법 국회통과를 위해 4당 체제이던 당시 4개 정당 대선공약에 중기부 신설을 포함시키고, 행정안전부 협조가 필요한 만큼 정부조직법 관련 교수들을 상대로 중기청 직원들을 담당으로 붙여 ‘왜 중기부가 만들어져야 하는지’ 논리를 펴며 명분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5가지 논리를 만들었는데 핵심은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분리해 서로 다른 부처에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산업정책은 자동차·반도체 등 산업별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융합도 하는 산업 위주 개념이고, 기업정책은 기업이 스타트업 해서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를 해주는 것으로, 개념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과거 한군데(산업부)서 하다보니 산업을 챙기는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이 되고 중소기업이 낄 자리가 없어 기업정책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주 전 청장의 지적이다.

더욱이 기업 정책을 다루는 중기부의 경우 ‘기능조직’인 타 정부부처와 달리 ‘대상 조직’이라며, 산업부는 물론이고 국방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농수산부, 복지부 등 일련의 정부부처와 기능적으로 연계된 만큼 씨줄날줄처럼 서로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제조업’을 예로 들며, 정책이나 R&D(연구개발) 부분은 산업부가 하고, 제조업에 필요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교육 같은 것은 중기부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자동차 등 3대 신산업(빅3) 정책도 과기부가 예산을 받아 할 일로 본다고 설명했다.

주 전 청장은 중기부 신설 과정에서 산하기관 조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그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예로 들며 “당시 코트라를 가져와야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으나 사실상 코트라는 해외에서 경제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통상전략의 주요 수단인 만큼 중기부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중기부 첫 5년은 잘 뿌리를 내려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는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코트라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여기저기서 엄청난 압박(?)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중기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시 정권인수위가 없어 특정부처들이 로비를 할 틈이 없었던 배경도 크다“는 게 주 전 청장의 시각이다.

그는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이 왜 분리돼야 하는지, 이걸 다시 합치면 왜 후퇴가 되는지 논리적으로 잘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중소기업상생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그는 견해를 보탰다. “상생위원회 설치가 실질적으로 별로 하는 일 없이 전시성으로 쓰이게 되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주 전 청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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