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의류 등 중국 ‘애국소비’ 열풍에 점유율 추락
중국 소비자 눈높이, 트렌드 맞추고, 프리미엄 소비재 공략
대도시보단, 성장 가능성 큰 지방도시 거점 삼아야

사진은 중국 선천에서 열린 국제 박람회장 전경.
중국 선천에서 열린 국제 박람회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중국 시장에서 최근 한국산 소비재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선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트렌드를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지방거점도시를 공략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를 통해 주로 제조 중간재에 치우쳐있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구조에서 탈피하고, 중국인의 ‘애국소비’ 등 트렌드를 반영한 소비재 진출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최근 중국 소비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이른바 애국소비인 ‘궈차오 열풍’이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애국주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중국의 MZ세대가 소득 증가에 힘입어 궈차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궈차오 열풍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며 중국 소비시장 확대를 이끌어 가는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브랜드 역시 궈차오 열풍에 적극 편승하며 중국 소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궈차오를 등에 업은 중국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정체돼 있는 한국 소비재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특히, 한국 소비재의 주력 수출품목인 화장품마저 2019년부터 중국의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어주고 3위로 하락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중국에 대한 한국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 ▲프리미엄 소비재 시장 진출 확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방도시 적극 진출 등의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에 힘입어 2021년 중국의 소비시장은 전년대비 12.5% 성장하며 사실상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중국 소비재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소비재 수출도 2021년 역대 최대인 88억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중 제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하는 반면, 소비재 비중은 3~5%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궈차오’ 브랜드를 보유한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성장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 화장품 시장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2017년 6개사에서 2020년 8개사로 늘었다. 의류 산업에서도 리닝, 안타 등 기업이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셰이도, 스케쳐스 등 글로벌 브랜드도 궈차오 마케팅에 동참하며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소비재는 그다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무역협회 편명선 수석연구원은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궈차오 등 트렌드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 개발, 프리미엄 시장 진출, 지방도시 적극 진출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트렌드를 맞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인기 있는 궈차오 제품들은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촌스러울 수 있으나, 중국식 촌스러움이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국 제품의 질적 향상으로 인해 한국제품임을 강조하는 전략은 중국 소비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조차 궈차오 열풍에 맞춰 중국식 촌스러움을 제품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편 수석연구원은 그래서 “한국의 기준에서 개발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닌 제품의 사양, 패키징, 마케팅 등 제품 전반을 중국 시장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궈차오 열풍이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글로벌 브랜드 사례와 같이 궈차오 열풍에 적극 편승하며 중국 소비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특화하여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으론 중국 소비재 시장의 틈새시장인 ‘프리미엄 소비재 시장’을 공략할 것도 주문했다. 즉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뛰어난 가성비와 상품성으로 무장한 중국 제품의 추격과, 럭셔리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중국 화장품 시장 상위 50개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3개에 불과하며, 2개가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이고 1개가 중저가 브랜드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궈차오 열풍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이 포진한 중저가 라인이나, 글로벌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럭셔리 라인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으므로 향후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에 있어 럭셔리와 중저가의 틈새인 ‘프리미엄 시장’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는게 편 수석연구원의 전망이다.

그는 또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코로나19’ 종식 후 국경간 이동이 완전히 회복하더라도 중국 따이공(代工)(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화장품 판매 최대 채널인 온라인 채널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징둥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전통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보다는 중국 MZ세대가 애용하는 샤오홍슈(小红书), 더우인(抖音)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활용도를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방도시를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중국 정부의 중요 방침인 ‘공동부유정책’으로 인해 중산층의 소비 확대 및 농촌지역의 소득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도시화율을 상승시켜 3선, 4선, 5선 도시)의 발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농촌의 소비지출은 ‘코로나19’로 성장이 둔화된 2020년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도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이 이미 성숙된 1선, 2선 도시를 고집하기보다는 3선, 4선, 5선 도시를 먼저 공략하고, 점차 1, 2선 도시까지 진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대도시의 대형 전시회나, 빅바이어 위주의 전략보다는 지방도시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해당 지역의 유력 바이어를 발굴하여 거래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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