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86%...2000년 이후 최대치
기초적인 식생활 비용 많이 들어…“먹고 살기 팍팍해진 상황 반영”
코로나19로 장기 불황, 임대료 부담도 커져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사진은 남대문시장 풍경으로 본문 기사와는 관련없음.
서울 남대문시장 풍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우리나라 가구별 엥겔계수가 지난 2021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전체 지출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즉 ‘먹는데 드는 비용’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은 소득에 비해 최소한의 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용부담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소득은 늘지 않은 가운데 ‘먹고 살기가 팍팍해졌다’고 해석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 비용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2021년 12.86%로 2000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소비지출 중 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37%에서 2020년 12.85%로 급등한 이후 2021년 12.86%로 다시 높아진 것이다. 이는 21년 전인 2000년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즉 기본적 생계 유지를 위한 소비 지출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된 여가나 문화생활 등의 지출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한편 가계의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 비용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슈바베 계수도 비록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으나, 최근 5년 내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인 17.94%(2021년)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생계를 위한 가게 임대료 등의 부담이 그 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연구원은 몇 가지 원인을 꼽고 있다. 우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수 소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소비행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로 인해 2021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하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은 가계소비(가계의 국내소비지출)증가율이 소득(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한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 위기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소비와 소득의 관계가 역전되어 가계소비(가계의 국내소비지출)증가율이 소득(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밑돌았다. 즉,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20년 0.6%, 2021년 6.8%이며, 가계 국내소비지출 증가율은 2020년 3.3% 감소, 2021년 6.5%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2021년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지금의 불황 국면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고려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가계의 합리적 소비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엥겔계수가 급등한 것은 최근 식료품 물가의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즉 “식료품 생산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농림수산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 소비 비중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전체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8%에서 2020년 -8.7%의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나, 2021년에는 17.6%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수입 물가 품목 중 농림수산품 수입물가 상승률은 2020년 0.6%에서 2021년에는 무려 13.5%로 뛰어올랐다. 이같은 수입물가 급등은 국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된다. “특히,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엥겔계수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원은 “2021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인 반면, 소비자물가 항목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5.9%에 달한다”고 비교했다.

한편 슈바베계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대해선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르는 전월세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2021년에도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이 급등하면서 주거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 1.3%, 2018년 2.2%, 2019년 1.4%에서 2020년 3.8%로 높아졌으며, 2021년에도 13.5%에 달한다. “이러한 주택매 매시장 가격 급등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까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주거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전세가격지수 증가율(전년동월비 증가율 평균)도 크게 높아졌다. 애초 2019년에는 –2.0%로 감소세를 기록하였으나, 2020년에 들어 1.7%의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2021년에는 6.5%로 크게 높아졌다. 또한 주택월세통합가격지수 증가율(전년동월비 증가율평균)도 2019년에는 –1.1%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0년 0.1%의 증가세로 전환하였고 2021년에는 2.1%에 달하고 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가 보이는 문제점 대한 몇 가지 대책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정상화하고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경기 회복세 강화와 민간 고용 시장 회복을 통해 가계 소비 심리 개선을 도모할 것”과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의 억제와 물가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국에 건의했다. 또 “주거비 부담 수준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가 주택임대 시장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비생계형 소비인 외식·레저·문화 관련 지출을 높일 수 있는 소비 진작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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