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매각추진에 중기부 승인, 매수자 물색중
공개입찰 통해 매각 예정
1997년 삼성이 320억 들여 지어 기부채납
중소기업 전용 연수원 사라져
중앙회, 소규모 도심형 연수원으로 대체 계획

1997년 삼성이 지어 기부채납한 중소기업 전용 연수원인 경기도 용인의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이 매각된다. 사진은 용인 처인구 원삼면 1만1000평 부지에 조성된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교육동 모습.
1997년 삼성이 지어 기부채납한 중소기업 전용 연수원인 경기도 용인의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이 매각될 예정이다. 사진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1만1000평 부지에 조성된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교육동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25년전 삼성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건립해 중소기업계에 기부 채납한 경기도 용인의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이 매각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의 매각을 요청해와 지난해말 이를 승인했다”며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 삼성연수원(현 삼성국제경영연구소) 바로 옆에 위치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은 삼성그룹이 당시 교육시설이 전무하던 중소기업계를 위해 320억원을 들여 지어서 기부한 것으로 1997년 1월 준공됐고, 그 해 4월 개원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장이던 박상희 회장에게 삼성측이 "중소기업계에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이에 연수원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건립 당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화장실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해줘라”고 지시해 바로 옆 삼성연수원에 버금가도록 자재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써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문수산 기슭 1만1000평 대지에, 지하1층~지상3층 '교육동'과 지상6층 '숙소동'을 갖춘 연면적 4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토지비용은 7억6000만원에 불과했고 이를 포함한 총 건립비용이 1990년대 기준 320억원에 달한 점으로 볼때 시설조성에 들어간 공력을 미뤄 짐작할 수가 있다. 대·중·소 강의실을 구비한 '교육시설', 2인용 40실·3인용 58실 등 '숙박시설', 식당·휴게공간·산책로·대운동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3년엔 숙소동 환경개선 공사를 하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교육인원이 매년 줄고 시설이 노후돼 최근 7년간 적자폭이 52억원에 달하는 점 등이 중앙회의 매각사유”라며 “기부 채납한 삼성측과도 얘기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 취임 이후 중앙회가 삼성을 상대로 매입의사를 타진했으나 삼성이 인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으로선 기부채납한 입장에서 이를 다시 사들이는 것이 적절치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현재 매수자를 물색중에 있는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의 부동산가치는 어느정도 일까. 중기부 관계자는 “총 감정평가액은 250억~300억원이며 이 중 토지평가액만 100억~12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세는 이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 대해 대지 시세만 평당 400만~450만원으로 평가한다. 땅값만 최소 440억원이라는 얘기다. 삼성연수원과 중소기업인력개발원 사이에 위치한 바로 옆 임야가 평당 350만원에 현재 매물로 나와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의 전언이다.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은 중소기업 핵심인재 양성을 목표로 CEO 교육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연수, 협동조합 교육, 외국인근로자 교육 등을 해왔다. 한창땐 교육프로그램 수가 300개 과정에 달했다. 한때 연간 7만명의 교육생을 배출했으나 최근엔 1만명대로 크게 줄었다. 시설관리나 운영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인력개발원 매각대금의 일부를 사용해 소규모 도심형 연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등지에 건물 1개층 정도를 매입해 연수시설로 조성하고, 현 여의도 중기중앙회 건물과 상암동 DMC 타워를 교육시설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인프라가 절실한 중소기업계로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데다 다각도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전용 연수원이 사라지는데 대해 아쉬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부문화 측면에서도 삼성이 됐건 다른 어디가 됐건, 선의의 의도로 정성껏 조성해 기부채납한 교육시설을 팔아 그 매각 대금을 갖고 여기저기 사용해 결과적으로 사라 없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따져볼 문제라는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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