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이현상 대표 인터뷰
폐비닐이 원료의 90%인 '친환경 플라스틱 침목' 개발
도봉산역 시범구간 설치, 제철소 내부 철도침목 用 공급 타진
양식장, 선박 계류장 등 PE 소재 해상구조물 전문기업

이현상 지주 대표가 폐비닐을 90% 활용해 자체 개발한 플라스틱 철도침목 을 소개하며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현상 ㈜지주 대표가 폐비닐을 원료의 90%로 활용해 자체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철도침목을 소개하며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포장재 등으로 사용돼 하루에도 수없이 버려지는 폐비닐은 우리사회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이자 골칫거리다. 기업의 환경적·사회적 역할이 요구되는 ESG시대에 이같은 폐비닐의 재활용을 통한 기술개발이 다각도로 이뤄지면서 국내 기업들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인 ㈜지주(대표 이현상)가 폐비닐을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철도침목을 개발해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처치곤란인 폐비닐을 원료의 90%로 활용한 플라스틱 철도침목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산역 시범구간에 설치했다. 방부처리로 인한 환경문제에다 내구연한이 짧고, 전량 수입되는 목재침목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침목으로서, 일직선이 아닌 변환 및 교차구간 등에서 특히나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도는 뛰어나지만 레일을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드릴로 뚫어 볼트를 박을 수 없는 콘크리트 침목의 단점 또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상 ㈜지주 대표를 만나 친환경 플라스틱 침목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폐비닐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소각처리 되는 등 국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율은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는 향후 계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철도의 침목을 폐비닐을 활용해 만들게 되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SG가 전 지구적 과제인 만큼 환경부 등 정부차원에서 프로젝트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인데도 내구연한이 50년으로 콘크리트(35년)를 훨씬 앞지른다”며 “콘크리트의 경우 실제 철도현장에서 작업이 불가능한 곳이 너무 많아 분기부, 교량 등 특수 구간들을 플라스틱 침목의 1차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과제로 선정돼 개발하기까지 4년이 소요됐다. UNIST 표석훈 교수, 대원대학교 성덕룡 교수가 함께 개발에 참여했다. 최근엔 대기업인 P사에서도 연락이 와 제철소내 철도레일용으로 샘플을 제작해서 보내놓은 상태다.   

㈜지주가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침목을 서울 도봉산역 시범구간에 시공하는 모습.

“포항제철, 광양제철, 현대제철소 내 철도레일이 총 150㎞가 깔려있는데 그동안 독일 등지서 플라스틱 침목을 수입해 정기적으로 교체해오다가 우리 회사가 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약 40년 된 낡은 나무침목을 교체하는 보강공사를 앞두고 있는 서울 동호철교 구간 기본설계에도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대체하자니 교각이 지탱을 못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가장 좋은 대안인 것이지요.”

플라스틱 침목은 독일이 앞서 개발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원료의 90%가 폐플라스틱인 ㈜지주의 제품이 리사이클링 측면에선 훨씬 우위에 있다. 이 대표는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각 지방교통공사, 공항철도 등을 상대로 수요를 타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주는 원래 해상 구조물 전문기업이다. 인체에 해가 없는 폴리에틸렌(PE) 성분의 해상부유 구조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해양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이 떠다니던 기존의 어촌풍경을 친환경적으로 바꿔놓았다. 페트병의 주원료인 PE를 소재로 가두리양식장을 비롯한 부잔교 및 선박·요트 계류시설, 해상 낚시터 등 다양한 해양 부유 구조물을 설계, 제조, 시공하고 있다.

정부의 어촌뉴딜사업으로 매년 20-30개 어촌이 기존의 비위생적이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던 스티로폼 양식장을 PE 소재 양식장으로 대체하고 있다. 의외로 어촌환경이 낙후된 이웃 일본에도 수출돼 국내 보다는 해외시장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지주는 경남 창원에 본사를, 서울 영등포에 사무소와 R&D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공장은 충북 음성에 있다. 합성수지 배관재 회사인 ㈜사이몬(대표 이국노)의 계열회사로서 이 대표는 이국노 회장의 차남이다. 기존 상하수도 배관재 회사에서 변화를 시도하며 플라스틱을 이용한 새로운 아이템을 꾸준히 연구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 이 대표의 몫이다. 해양 부유물 차단막을 개발해 쓰레기 더미로 터빈이 막혀 큰 손해를 입어야했던 수력발전소들의 묵은 골칫거리를 해결한 것도 한가지 사례다. 춘천댐, 청평댐, 의암댐 등 국내 수력발전소에 거의 다 설치가 돼 있다. 재작년엔 플라스틱 소재의 해경 구조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주가 경북 포항 호미곶에 설치한 해경 연안 구조정 계류시설. <br>
㈜지주가 경북 포항 호미곶에 설치한 해경 연안 구조정 계류시설. 

울릉도, 추자도 등 국내 웬만한 섬의 접안시설은 이 회사가 도맡아 시공했다. 방파제에 배를 대놓던 기존의 후진국형 정박시설을 PE 소재의 안전하고 깔끔한 선박 계류시설로 바꿔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서울 상암동에 한강 마리나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PE 소재 가두리양식장 구조물을 갖고 5년전부터 일본에도 진출해 오키나와 등 현지 어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어류양식 시장이 우리의 10배나 되는데도 녹이 스는 철제를 양식장 구조물로 사용하는 등 어촌 환경이 우리 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어 의외였습니다. 실례로 우리나라는 양식장에 스티로폼 사용이 금지돼 있으나 일본은 그렇치 않습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위생적인 플라스틱 구조물의 장점을 어민들이 인식하게 되면 시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양식장, 선박 계류장 등 해양구조물을 플라스틱 소재로 개발한 것은 우리 회사가 세계 최초입니다. 지금은 중국의 카피제품이 본토는 물론 동남아 등지를 장악하고 있고 국내에도 경쟁업체가 50개 정도 생겨나 젊은 직원들과 계속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템을 구상하고 연구개발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일부는 상업화에 성공하고 간혹 개발에 그친 아이템도 있다”며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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