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이동수단 개념보단 ‘ICT 지능으로 무장한 첨단 이동 수단’
각종 ‘모터쇼’도 ‘모빌리티’로 명칭 바꿔
...애플·구글·MS 등이 주도

사진은 '2021서울모빌리티쇼'의 한 장면.
'2021 서울모빌리티쇼'의 한 장면.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자동차의 개념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가 확산되는가 하면, 무엇보다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이제 자동차(automobile)라는 개념이 희석되고 있다. 대신에 각종 디지털화된 장치와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리티’(mobility)라는 개념이 새롭게 ‘이동하는 수단’의 명칭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킨텍스에서 열렸던 자동차 전시회도 종전의 ‘모터쇼’라는 명칭 대신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도 그런 이유다. “이젠 ‘차(車)’라는 의미를 벗어난, ‘이동물체’나 ‘이동도구’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구글, 애플, 테슬라, MS, 아마존 등의 글로벌 빅테크와 현대기아차, BMW, 벤츠, 혼다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다. 그 뒤를 이어 아우디와 도요타도 다소 늦게나마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다. 최근 구글 ‘웨이모’가 중국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생산키로 한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다. 이들 IT, ICT 기업들이 자신들의 AI, 자율주행기술 등을 무기삼아 완성차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현상을 일컬어 이른바 ‘크로스오버’ 현상이라고 한다. 즉 “인공지능이나 IoT, 자율주행기술 등 이동과 주행을 위한 ‘두뇌’ 역할을 하는 IT기술을 핵심으로 하고, 하드웨어격인 자동차 프레임과 외장(外裝)을 덧씌우는 형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기계를 잘 만들던 자동차 회사가 지금까지 ‘팔다리’를 잘 만들었다면 여기에 IT 지능을 자동차의 두뇌에 심는 격”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즉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하드웨어를 만들면, 이들은 ‘지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기류에 대해 완성차업체들도 나름의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다. 자신들 역시 ‘지능’을 만들 수 있다면서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나 BMW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나름의 ‘지능’을 만들어서 자율주행기술을 지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란 얘기다.

특히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의 무인자동차 기업인 웨이모가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손을 잡은 것이다. 자율주행 ‘구글차’를 탄생시키기 위한 제휴다. 이를 통해 자동차 회사에 IT 기술에 의한 ‘두뇌’를 제공하고, 차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애초 자동차 기업에 자율주행이나 ICT기술만을 팔려고 했던 전략을 바꿔 이제 “우리가 만든 ‘두뇌’를 넣은 우리의 자동차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이른바 완제품 OEM방식으로 전환한 셈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자동차 기업들과 IT빅테크 간의 ‘계산’이 서로 달라진다. 한국인공지능협회의 한 회원사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우리라고 AI나 자동화 SW를 개발하지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을 가지며, 아예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이미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처럼 구글이 자신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자동차회사와 손잡고, 자신들의 ‘두뇌’ 기술을 탑재한 완성차를 납품 받는 식의 생태계에 균열이 생긴다는 얘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일의 폭스바겐과 손을 잡는 것이나, 카카오 모빌리티와 현대차가 제휴한 사례들 모두가 유사한 구도다. 즉 “지금은 서로 ‘윈윈’을 모색하는 모양새이지만, 자동차 기업들이 좀더 부가가치가 높은 쪽을 선택하면서, 자체적으로 ‘두뇌’를 만들어 탑재하는 경향이 늘어나면 졸지에 ‘경쟁 관계’로 돌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과 빅테크 간의 제휴는 ‘적과의 동침’과도 같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이미 자체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양자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앞서 권 교수는 “자율주행기술 완성 시점을 대략 10년으로 본다면, 그 시점 정도 되면, 자동차 기업과 IT빅테크 간의 경쟁은 무척이나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IT빅테크들이 아무래도 AI나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등의 기술에서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기업들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차 기업들 역시 방대한 빅데이터를 쌓아놓고 있다는 점도 무기다. 수많은 고객이나 운전자들의 평소 운전습관이나 취향, 소비패턴 등을 알게 모르게 수집, 축적하며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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