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로 주가폭락, 기업가치 추락
현산, 연이은 광주 사고 못막은 정 회장에 비난 여론, 주가폭락
신세계, 정 부회장 ‘멸공’ 사건 정쟁 이슈, 안팎 분란과 주가폭락

자사 임원들의 주식매각 제한 규정을 안내하는 카카오 홈페이지 화면.
자사 임원들의 주식매각 제한 규정을 안내하는 카카오 홈페이지 화면.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최근 일부 대기업과 재벌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다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 임원진의 ‘먹튀’ 사건이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그리고 경우는 좀 다르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로 인한 정몽규 회장의 사퇴와 여론 악화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지난해에도 광주 학동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로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후 연달아 비슷한 사고를 낸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란게 현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사태를 회피하기에 급급한 ‘도피’에 더 가깝다는게 여론이다. 특히 유족들은 “제대로 사태를 해결하고, 재발 대책을 세우는게 중요하지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도 현산은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에서 철거 중 붕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별다른 개선은 물론, 정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지는 자세도 보인 적 없는 가운데,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동일한 지역에서 신축 붕괴 사고가 일어나 6명의 사망·실종 참사를 낳았다. 이에 현산은 기업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사고 직후 급락했던 현산의 주가는 정 회장의 사퇴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18일 현재까지 이틀째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정 회장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음에도, 투자 심리는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오전 9시 26분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보다 4.53% 내린 1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무려 30% 넘게 떨어졌다. 그 만큼의 시가총액이 한 순간에 날아간 셈이다.

물론 이를 두고 ‘오너 리스크’로 단정할 순 없지만, 최고 경영자로서 정 회장의 책임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참사가 일어난 후에도 개선책 등 경영진 차원의 특별한 노력이 포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대한민국의 ‘건설 신화’를 상징하던 기업이 한 순간에 3류 부실 시공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사고가 연발한 광주 지역사회에선 “광주의 모든 공사 현장에서 현산은 떠나라”며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 수십 곳에서 진행 중인 현산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안전 우려와 의구심이 분출하고 있다. 현산이 일부 지분을 갖고 시행사로 참여한 관광문화복합단지 사업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앞서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수도권 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시행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나 주민들, 심지어 컨소시엄을 선별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조차 현산의 안전시공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마 현산은 존폐 걱정까지 해야 할 만큼, 이번 위기 국면을 타개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산 사태가 정 회장을 비롯한 기업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앞서 카카오 임원진의 ‘먹튀’ 논란은 전형적이고도 악질적인 ‘오너 리스크’라는 비난이다. 지난 달 10일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는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매각했고, 개인적으로 469억원을 현금화했다. 당초 직원들에게 “섣불리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은 것이다. 이에 카카오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와 시장의 여론도 얼어붙었다.

급기야 류 내정자는 자진사퇴를 택했지만,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 카카오 노조의 퇴진 압박이 거세진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와 손실을 입게 됐다. 류 내정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해 장중 한때 17만원을 돌파했던 카카오 주가는 당일 하룻만에 3.4% 하락한 9만66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3조745억원으로 줄었다. 최고 시가(전고점, 75조2461억원)에 비해 무려 32조1716억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해 11월 말 23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먹튀’ 논란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 16일엔 14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전고점 대비 주가가 37.7%나 빠졌다. 카카오뱅크 역시 전장보다 7.09% 떨어진 5만1100원으로 마감해 상장 이후 최저가를 나타냈다. 모든 계열사 주가가 추풍낙엽마냥 추락한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서 ‘개미’들의 피해가 컸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카카오’라는 스타트업 신화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세인의 시선은 이제 비판을 넘어 조롱과 외면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비단 이번 ‘먹튀’ 논란 뿐 아니라, 그간 카카오가 보여준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등 기존의 부도덕한 재벌들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팽배해진 것이다.

특히 카카오가 이렇게 추락한 데는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창업 동지’들 중심의 이너 서클만의 이익을 쫓는 관행이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먹튀’ 논란을 일으킨 류 내정자와 해당 임원들 모두가 그런 부류다. 주로 창업 멤버들로 구성된 고위 경영진에게 기업 성장의 많은 몫을 돌려주는 방식의 경영관행이 이번과 같은 사태의 배경이란 해석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과거 재벌 오너 일가의 행태와 흡사한 작태이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선지 증권가에서 내다보는 카카오는 미래는 밝지 않다. 증권업계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카카오 실적에 대한 비관적 전망 일색이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1조7295억원, 110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전망치에 모두 미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바람에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내린 사례도 있다. 그래서 “카카오의 모든 계열사들이나 자회사의 기업 가치가 지난해 4분기 들어 특히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복합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의 ‘먹튀’ 사건과 같은 ‘오너 리스크’”라는 해석이다.

이른바 ‘멸공’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오너 리스크’로 이어진 케이스다. 자신의 SNS에 ‘멸공’이란 구호를 올린 후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멸공 챌린지’로 확대·재생산하며 파장이 커졌다. 이에 진보와 보수 진영별로 각각 신세계 불매운동과 이에 맞선 구매운동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졸지에 ‘신세계’와 ‘정용진’이 정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된 것이다.

급기야 이튿날인 1월10일 신세계 주가가 6.8% 하락했다. 이에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 부회장은 ‘멸공’ 해시태그를 일단 삭제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다시 ‘멸공’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서 또 다시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정 회장은 마지못한 듯 온라인상의 ‘사과’를 하긴 했지만, 신세계와 이마트, 스타벅스 등 계열사를 둔 이 회사의 손실은 컸다.

증권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정 회장의 ‘멸공’ 해시태그 하나로 인해 대략 시총 2200억 원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 이렇게 되자 사내의 동요가 이어졌고, 이마트 노조 등이 나서 정 부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조는 심지어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3년간 (매출이 급감한) 이마트에서 받아간 보수가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비등기 임원이라 어떤 책임도 안 진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18년 째 이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원이 입사 1년차나 25년차나 똑같이 기본급 92만 원에 온갖 수당으로 누더기가 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와 세인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됐다.

실제로 이마트 노조는 새해 들어 근속수당을 제외한 모든 임금을 기본급으로 통합할 것을 요구하며, 전국 이마트 지점을 돌아가며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잖아도 ‘멸공’ 사건으로 사세가 위축된 이마트와 신세계로선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한 동안 잠잠했던 정 부회장은 다시 자신의 SNS에 ‘멸공’ 아닌, ‘필승’ 구호를 올렸다.

이처럼 대형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해지는 사태가 이어지자, 최근 논의 중인 주주대표소송 제도의 활성화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이번처럼 ‘오너 리스크’의 소지가 있거나,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대 공적기금으로서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고루 갖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내부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렇게 되면 좀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에 입각한 주주소송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기업들은 이에 “소송에 휘말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고 주주대표소송 움직임이 기업들에 부담으로 다가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극구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보수와 진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에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윤석열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을 비판하고 나섰다. 즉 “소송 탓에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거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오너와 경영진의 잘못이나 비리가 기업 이미지와 경영활동에 해를 끼친다고 해야 맞다”면서 “기업들의 주장은 앞뒤가 뒤바뀐 궤변”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시각은 카카오와 현산, 신세계 등 최근의 오너 리스크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한층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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