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중앙회장,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아야
[발행인 칼럼] 중앙회장,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아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기중앙회관 내 전두환 기념석, 로만손 시계탑 철거해야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에는 상징물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중소기업은 나라의 주춧돌’이라는 전두환 기념석이 정문에 버티고 있다. 또 하나는 김기문 회장이 1억원을 기부해 세웠다는 로만손 시계탑이 정문과 후문에 각각 세워져 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주춧돌 역할을 해온 중소기업의 위상이나 비전 등의 의미보다 특정인 또는 특정기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독재자들이나 권력자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역대 대통령을 지낸 인물 가운데 전두환이 남긴 이런 흔적은 독보적이다. 5공때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지어진 청남대를 비롯해 국립중앙도서관, 인천상륙기념관 등 도처에 수없이 남아있다. 하물며 지구 반대편 세종기지에도 전두환 기념석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소름 돋게 하는 것은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한 전남 담양의 11공수부대에도 전두환 이름이 새겨진 기념석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분노한 광주시와 시민단체는 최근 5·18 당시 군사재판이 열린 상무대 법정과 영창을 재현한 5.18 자유공원에 전남 담양의 전두환 비석을 옮겨와 뒤집어 설치해놓았다. 광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상기시키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렇듯 전두환 흔적 지우기는 수년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1987년 중기중앙회에 설치된 전두환 기념석에 대해서도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가 철거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앙회 건물 현수막 설치공사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다. ‘60년의 발걸음, 100년의 희망’이라는 현수막 글씨체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올해로 중앙회 설립 60주년을 맞아 뭔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적 요구를 상기시켰다. 그런데 중앙회 정문에 세워진 전두환 기념석이 흰 천에 둘러싸여 있었다. 혹시 철거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도 잠시 석달 전 전두환 사망 관련, 중앙회 논평이 머릿속을 스쳤다.

당시 중앙회는 “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중소기업 진흥 10개년 계획 추진, 유망 중소기업 1만 개 육성, 중소기업 경영안정 및 구조조정 촉진법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독과점 폐해가 심각해지자 공정거래법 제정을 통해 중소기업 보호 육성에 성과를 남겼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 대다수가 전두환 사망에 대한 논평을 보류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고도 남았다. 늘 ‘양지’만을 지향해온 중앙회의 역사인식 결여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당시 A신문은 중앙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고인의 공과가 분명히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과 업계에 미친 영향만을 고려했다”며 “이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이라 판단해 논평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중앙회 정문과 후문에 세워진 로만손 시계탑. 로만손은 김기문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현재는 제이에스티나로 사명이 변경됐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이 시계탑은 김기문 회장이 사재 1억원을 내서 중앙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이를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관‧재계 등 거물급 인사가 연중 드나드는 공적 공간이다. 특정인에 의한, 특정인의 회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시계탑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중앙회장이라는 특권을 이용해 공공건물에 자신의 회사를 위한 마케팅 차원의 의도가 가미되어 로만손시계탑을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철거해야 한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첫 번째 해야 할 ‘공정’의 신호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과거 김기문 회장 재임(23·24대)당시 중앙회는 1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들여 로만손 시계를 구입해 판촉물로 사용하고, 홈앤쇼핑에서도 20여차례 광고가 방영되면서 특혜방송 시비가 일어 국감에서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홈앤쇼핑은 지난 연말 또 다시 27만원대 로만손시계(엘르주아 클래식 다이아몬드워치) 방송을 편성하는 등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회장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을 가슴속에 담아야 한다. 전두환 기념석 역시 국민정서를 고려한다면 해체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중기중앙회는 과거의 보수정권과 지나치게 결부된 특정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정문과 후문 앞에 각각 세워진 로만손시계탑.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정문과 후문 앞에 각각 세워진 로만손시계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