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종은 되레 ‘코로나 호황’, “시장 상황별로 희비 교차”
‘코로나19’ 맞선 힐링 분위기로 아크릴, 목재간판·안내판, 조형물 ‘특수’
전시업계, 여러 전시회 취소로 어려움, 실사출력·장비업계도 ‘빈사’ 상태

사진은 소규모 제조업체의 작업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소규모 제조업체의 작업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새해가 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지 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는 단순한 감염병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억될 만 하다. “‘코로나19’는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잔인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체, 중소기업, 비정규직 중심의 취약한 노동계층에게 더욱 큰 고통과 상처를 안기고 있다.

그나마 시장의 사이클 곡선이 비교적 완만한 생필품 제작, 납품업계, 대기업 벤더업체, 실내 인테리어, 기획광고물 업계에선 비교적 그 충격이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주요 소비층인 생활간판업계, 대형 전시회 납품업체,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실사출력업체, 텍스타일 장비업계 등은 적잖은 어려움과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나면서 이들 업계 판도 역시 크게 변해왔다.

의외로 ‘코로나19’ 덕을 본 제품도 업계엔 없지 않다. 대표적인게 아크릴 생산업체다. 식당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 비말 확산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함으로써 때아닌 아크릴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대부분의 비말 차단용 칸막이의 소재로 아크릴이 많이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아크릴 광고물을 제작하던 경기도 남양주의 한 업체 대표 A씨는 “한 동안 그런(칸막이용) 용도로 아크릴 제작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별로 이윤이 남는 것도 없지만, 일단 일감이 늘어나 공장 가동이 지속되고, 직원들 할 일이 생긴게 다행”이라고 했다. 주로 아크릴 조명 간판이나 라이트 패널을 제작하던 업체들이 이런 주문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박’을 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고, 그저 소소한 자재값 정도 챙기는 수준”이라는게 A씨의 얘기다.

이처럼 온 나라가 재난 국면에서 허덕일 때 뜻하지 않은 반사효과를 보는 경우가 옥외광고업계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무간판이나 목재 조형물, 안내표지판 제작업체들도 그런 사례다. 특히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원이나 숲길, 둘레길, 근린공원, 숲체험장 등의 나무 소재 안내판이나 표지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는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이 쾌적하고 인적없는 산림이나 숲길 등에 대한 일반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감염병으로부터 벗어나서 힐링을 꾀하며, 쾌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 때문에 지자체 등에선 공원이나 숲길을 재단장하거나, 도심 속의 녹색공간이나 녹지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그럴수록 목재 이정표나 공원 안내판, 목재간판, 조형물 등이 더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인테리어와 함께 나무 간판 제작을 겸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B업체 대표도 “그런 분위기 덕에 전부터 부수적으로 해왔던 목재 안내판 제작이 이젠 주업이 되다시피했다”고 전했다. 관할 지자체나 산림청 등의 발주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흔히 ‘자영업자들의 흥망 주기가 짧을수록 간판 주문은 늘어난다’는 속설도 광고업계에 없지 않다. 물론 속설일 수는 있으나, 그 동안 불경기와 호황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이는 어떤면에선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수많은 자영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임시 휴업사태에 들어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도 자영업 침체가 심각하다보니, 전과는 달리 생활간판 주문이 그다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장사를 그만두고 나간 자리에 다시 다른 업종이 들어와야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선 많은 경우 ‘공실’로 그냥 비워진 상태가 많다. 그중엔 이전에 장사하던 집의 간판이 그대로 방치된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개업과 폐업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간판 수요도 전과 같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간판 시장은 그나마 타격이 적은 편이라는게 현장의 얘기다. 간판 고객인 자영업체들은 이미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비록 영업제한이나 집합금지 등의 규제가 있긴 해도, ‘코로나19’ 이전보다 특별히 더 간판 수요가 줄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오히려 “다른 수많은 업종들에 비해선 그나마 ‘선방’을 한 셈”이라는게 생활간판 업계 안팎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는 분야도 있다. 실사 프린팅 위주의 출력업체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업체들에 따르면 특히 각종 걸개나 현수막, 배너간판 등의 수요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집합금지 대상이 될만한 대규모 행사는 물론, 소모임이나 이벤트도 거의 사라짐에 따라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이나 현수막, 배너간판 등의 수요도 자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발했던 2020년 초만 해도 그나마 기존 수주물량을 납품하곤 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게는 80% 이상 주문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양시의 한 출력업체 관계자는 “모처럼 비싼 라텍스 장비(시가 약 3억5천만원)를 주문했다가 취소했다”면서 “다른 출력업체에 실사물을 납품하기로 했지만, 원청업체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면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생산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바람에 솔벤트나 라텍스, UV프린터 등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주요 고객인 실사업체나 나염업체들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이들 장비 제작․유통업체들의 판매고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에 엡손이나 HP 등 일부 외국 계열의 업체들은 그 와중에 오히려 신제품을 도입, 소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선 많이 위축된 분위기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정면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전시 전문업체들이다. ‘코로나19’ 직후는 물론, 지난 여름 제2차 대유행으로 인해 거의 모든 국내 전시회가 올스톱되기도 했다. 킨텍스나 코엑스 등 전국의 대형 전시장은 그로 인해 지난 가을까지도 텅빈 상태가 되었고, 대신 ‘온라인’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옥외광고나 LED조명제품 등의 특성상 온라인 전시회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해 가을 무렵엔 일부 전시 주관업체가 전시회를 강행했다가 당국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지난해 초가을 열린 ‘MBC건축박람회’, 그리고 이와 동시에 열린 ‘사인전시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전시회는 개막 첫날 나름대로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입장객을 통제하면서 오프라인 전시를 감행했다. 그러나 개막 1시간 만에 해당 지자체와 방역 당국으로부터 ‘불가’ 통보가 날아들어, 주최측은 부랴부랴 입장객들을 퇴장시키고, 참가 업체들도 철수시켰다.

대기업의 주문이난 프로젝트를 중소기업 내지 소규모 제조업체들에게 이어주는 각종 기획사들도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기업이나 지자체들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왕의 기획된 프로젝트나 사업들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특히 지자체들의 수주에 목을 매었던 일부 금속창호나 소규모 전문건설업체들 중엔 문을 닫기 일보 직전 상태로 내몰린 경우도 많다. 지자체들은 관내 지역의 방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실내외에서 진행하는 각종 오프라인 문화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곤 했다.

이는 자연스레 최종 광고물이나 조형물 제작업체들에게까지 이어지며, 일감이 줄어들게 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로 서울 도림동의 한 광고물제작업체는 “간판정비사업이나, 규제를 완화한 특정구역 간판개선사업 등도 전년도의 절반도 안 될 만큼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평소 전국 지자체의 입찰사업에 주력해온 이 업체는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임시 휴직하도로 하는 등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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