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번역가, 작가, 강연가...'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약 30년간 520편 번역...'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슈렉' 등
'똑똑한 식스팩', '독보적 영어책', '이미도의 언어 상영관' 등 저술
일간지에 '이미도의 무비 식도락(識道樂)' 5년간 연재...CEO 대상 인문학 강연도
"퍼스트 무버, 리더라면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 '혁신력' 있어야"

영화 '라이온 킹'에서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와 주인공 사자 '심바'의 대화 장면.

"골프를 인생에 비유할 때 ‘이번 샷’의 은유는 ‘오늘’이지요. 이전과 이후 샷이 무엇의 은유인지도 우리는 잘 압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교훈을 일깨우는 글을 꼽아봅니다.

‘The past can hurt. But you can either run from it or learn from it. (과거가 널 아프게 할 수 있겠지만 택해. 과거에서 도망치든지, 과거에서 배우든지)’-<Lion King>."

외화번역가 겸 작가인 이미도 씨가 주요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의 일부 글이다. 1993년 외화번역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520편을 번역한 그는 영화를 바탕으로 인문학 강연을 하고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언어’를 다루는 창작인이다. ‘반지의 제왕’ 3부작, ‘진주만’,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 ‘니모를 찾아서’, ‘뷰티풀 마인드’, ‘글래디에이터’, ‘인디펜던스 데이’, '슈렉', '쿵푸팬더' 등 알만한 외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개봉됐다.

잘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며 그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깨우쳤을까. 다들 힘들었을 2021년이 지평선을 넘어간다. 뭐든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그에게 본지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메시지를 주문하자, 얼마뒤 ‘리더가 훔쳐야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원고가 날아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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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번역가 겸 작가 이미도

[리더가 훔쳐야할 것들]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스티브 잡스가 자주 인용한 파블로 피카소의 명구입니다. '훔치다'는 은유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고 그 아이디어에 내 아이디어를 연결(융합)해 '새롭고 특별한 것(something new)'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이 창조적 놀이를 위해 리더가 훔쳐야 할 것으로 저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하나, ‘비전(Vison)'

'비전은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Vison is the art of seeing what is invisible to others).'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지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통찰입니다. 영화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컴퓨터 천재 스티브 잡스가 1986년에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10년 후 사람들은 컴퓨터로 만든 영화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9년 뒤인 1995년 최초의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탄생하였습니다. 작품명은 '토이 스토리'. 잡스가 세운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는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등 20편이 훌쩍 넘는 걸작을 만들어 천문학적 수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두울, ‘날개(Imagination)'

상상해봅니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한 영화 명대사는 무엇이었을까?' 저는 그게 '무한 너머로 날자(To infinity and beyond)!'라고 생각합니다. 픽사가 시리즈물로 창작한 <토이 스토리>에는 우주비행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버즈 라이트이어. 그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비행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던지는 대사입니다. 그런데 무한 너머로 날아가자니요. 실현 가능합니다. 버즈 라이트이어처럼 인간에게도 날개가 있으니까요. 이 날개 이름이 바로 상상력(imagination)입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려면/ 손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보라.'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 중 첫 네 행입니다. 이 시를 무척 사랑한 잡스는 '어떻게 해야 손 안에 무한과 우주를 쥘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하며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마침내 그가 실현하였지요.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탄생했으니까요.

 

세엣, ‘연결(Connection)’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고안하는 능력 또는 역량(Creativity is thinking up new things)'입니다. 이 놀이를 즐기는 방법 하나로 잡스는 '연결(connection)'을 제안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으니까요. '창의력은 연결 잘 하는 능력이다(Creativity is connecting things).' 이때 연결 대상은 아이디어입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파리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생쥐가 연결 또는 융합 개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합니다. '치즈랑 딸기를 각각 따로 먹지 말고 한 입에 넣어 섞어먹어봐. 어때, 새 맛이 나지?'

잡스의 상상력은 창조적 상상력(creative imagination)입니다. 이는 '독창적 아이디어(original idea, unique idea)를 만들어내는 역량'이니까요. 잡스의 컴퓨터 기술력과 인문학에 기반한 예술적 상상력의 융합은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스마트폰을 탄생시켰고, 이와같은 결실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복지에 엄청난 규모로 기여하고 있지요. 이는 ''창조적 날개를 가진 리더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즉 비전이 탁월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고도의 성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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