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진단
글로벌 가치사슬 해체 위기, 상호 무역의존비중 갈수록 하락
역내 핵심 소부장 가치사슬 구조 상 ‘허브국가’ 발굴해야
‘차이나+1’전략의 일환, 인도·베트남·태국 등 거점 다변화 모색

사진은 EU권역의 최대 산업전시회인 '유로시스2019'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EU권역의 최대 산업전시회인 '유로시스2019'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우려됐던 국제분업 구조가 급격히 약화 내지 해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6일 ‘한국형 가치사슬의 구조변화 및 우리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심화, 해외수입 의존도 하락, 제조업 자급도 상승 등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을 분석, 진단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무역 판도가 변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2011년 이후 성장이 정체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 해체 내지 약화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특히 “2018년 이후 세계적으로 ‘전방효과’가 가파르게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020년 기준 세계 GVC 참여율(전방+후방효과)은 52.0%나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여기서 ‘전방 참여율’은 총수출 중 우리가 수출한 제품이 상대방 국가 제품 생산의 중간재로 투입되어 다시 완제품으로 수출되는 비중이다. ‘후방 참여율’은 반대로 총수출 중 해외의 중간재를 이용하여 국내 수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다. 전자가 다른 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비중이라면, 후자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 중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된 제품의 비중이다. 그 비중이 둘 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분업 비중이 감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코로나19로 경제의 수요·공급이 동시에 위협받는 위기 속에서 주요국 전반에 걸쳐 ‘중국발’ 충격이 ‘미국발’ 충격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의 경우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충격이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미국, 일본, 독일 공급망의 위축과 왜곡의 영향이 우리에게 크게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은 다만, “주요국 전반에 걸쳐 무역 상대국의 수요감소에 따른 충격과 해외 공급망 차질에 따른 리스크는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단서를 달긴 했다.

연구원은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공급망에 의존해 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신남방 국가로 확장되는 모습”이라고 파악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 내 생산거점에 대한 의존이 여전히 높긴 하다. 그러나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국내 기업들은 최근 인도와 베트남, 태국 등으로 거점 다변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의 경우 인도와 베트남, 태국 내에서 조립·가공되는 비중은 2017년 에 비해 각각 0.6%p, 0.5%p, 0.4%p 상승했다.”며 미미한 수준이나마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원은 또 “생산차질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통해 파급영향이 확대될 소지가 크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역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 구조 상에서 ‘허브국가’를 발굴하여 대체 가능한 지역 공급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대응책을 주문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중국 최종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금융위기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전통적 진출 대상국이었던 중국을 벗어나 빠른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선진시장으로의 해외 진출지역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생산거점 측면에서 중국은 글로벌 교역에 여전히 중요한 조립·가공국이나, 중국 내 생산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차이나+1’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베트남, 태국 등으로의 거점 다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보고서 작성과 조사에 참여한 무역협회 강내영 수석연구원은 “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입대체가 어려운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을 다량 공급함으로써 우리나라가 GVC 중심허브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요구된다”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최종 소비되는 경우 중국 내 생산거점을 유지하되, 중국 이외의 제3국에서 최종 소비되는 생산의 경우는 해당 국가 내에서 조립·가공을 하는 방향으로 거점 이원화를 시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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