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조 속 원자재 수급 불균형, 물가상승 부담
KDB연구소 “친환경 원자재 수급 관련 과도한 중국의존도 낮춰야”

친환경 산업 기조가 지속되면서 세계적인 원자자 수급 불균형과 소비자 물가 인상이 초래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6 모델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친환경 산업 기조가 지속되면서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불균형과 소비자 물가 인상이 초래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6 모델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친환경을 위해 기업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KDB미래전략연구소(이하 KDB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가 ‘그린플레이션의 배경과 동향’ 리포트에서 공개한 그린플레이션의 개념 정의와 경제적 파장에 대한 분석은 그런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정책으로 인해 원자재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으로 인해 친환경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친환경 규제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래서 KDB연구소는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충과 함께 탄소중립 과도 기간 중에 전력공급원(을 대체할 수 있는) ‘보완성’도 함께 조절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KDB연구소는 “전 지구적 환경보전이 목적인 친환경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데 반해, 각종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병목으로 관련 물가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즉 원유·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의 전통적 발전 체제로부터 태양광ㆍ풍력 등 친환경 기반으로 에너지 체제가 전환하면서 친환경 원자재가격이 상승한다. 또 전력 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 감소로 생산재 전반에 원가상승 압박과 비용전가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세로 야기된 수급 불균형으로 그린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게 연구소의 진단이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격인 전기차 등을 들어 눈길을 끈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 심화로 최근 급진전을 보인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한 전기차 등 관련 친환경 원자재 수요 증가로 해당 원자재 공급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리튬은 395.4%, 마그네슘 290.5%, 망간 102.6% 등 광물 가격이 폭등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탈탄소화’ 환경규제와 이에 따른 전력부족 사태로 공장가동률이 하락한 것도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생산량의 82%를 차지하는 중국의 마그네슘 생산량이 50%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원자재 공급이 감소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또 유럽의 경우도 차체 경량화 자재인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다수 원재료의 수급 불균형으로 후방 제조업 생산량이 감소했다. 미국은 중국 전력난에 의한 희토류, 리튬 등 친환경 원자재 공급부족이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긴급하게 다양한 공급원 확보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특이한 점은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면서 오히려 발전연료 단가가 급등했다”는 연구소의 분석이다. 즉, 유럽의 경우, 풍력 약화로 줄어든 발전량 대체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확대함으로써 석탄 및 전력생산 단가에 영향을 주었다. 또 천연가스의 경우 주요 공급원인 러시아가 한때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를 거부한 것처럼 정치·경제적 이슈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또 물류 왜곡 현상도 지적했다. “원자재 공급이나 제품생산 차질은 물론, 해상운송 등 물류 측면에서도 병목이 발생하며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에 KDB연구소의 강명구 연구위원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즉 “친환경 원자재 수급과 관련해 현재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수급처 다변화를 기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산 비중을 높이거나 유지하며, 주요 원자재는 사전에 비축해두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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