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정치와 가치
[장태평 칼럼] 정치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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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식품부 장관

요즈음 우리나라는 2022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어 온 나라가 뜨겁다. 우리나라 정치가 3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아쉬운 점이 참으로 많다. 우선 여당과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인 공공선이 무엇인지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국가가 지향할 비전과 가치에 대한 담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이 추구할 가치와 비전에 대해 알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생각은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재 나라 안팎의 여러 긴박한 사정을 감안할 때, 얼마나 위중한 시기인가? 북핵문제를 비롯한 국제정세, 인구절벽, 기술혁신, 잠재성장률의 저하 등 위기가 코앞에 있는데, 이에 대한 절박한 인식도 없었다. 그리고 사회에는 ‘최소한 이런 말과 행동은 해서는 안된다’는 금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이런 도덕률에도 낙제점이었다. 오직 투표 점수로 상대방만 무너뜨리면, 자신이 올라설 수 있다는 투쟁 논리에만 젖어 있는 듯하다. 진정한 철학과 가치가 없다.

인간은 공동체를 구성하며 살아 간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에게 공동체 의식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한다. 공동체 의식은 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공동체의 바람직한 가치와 연결된다. 공동체 의식은 물질적 기반을 공동으로 소유, 관리,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생성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통의 역사와 감성, 전통문화, 동일한 목표지향 등 정신적 측면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구성원이 공동체 의식을 강하게 가지면, 공동체를 위하여 기여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 따라서 공동체에는 공공선(도덕)이 있다. 그 공동체를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공유 가치를 말한다. 요즈음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이 가치 형성에 참여하지만, 그래도 정치적 지도자들의 역할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이 공동체 의식이 투철해야 하고, 또한 공공선을 선도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질이기도 하다.

정치는 국가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불법도청 행위보다 거짓말을 했기에 사임하게 되었다. 우리 정치에 거짓과 음모 술수가 난무하고 있으나, 동서고금을 통해 정치인의 거짓말은 큰 죄악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사법정의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들과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대선 주자를 비롯한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고도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돌아다닌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도덕률의 붕괴를 선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불법과 비리 사건의 전모를 자신이 시원하게 밝히면 될 일인데 계속 거짓말로 호도한다. 어떤 경우에는 후보자에게 애매한 의혹들을 제기하여 선거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이런 거짓들을 시시콜콜한 신변 가족 문제와 조그만 말실수를 침소봉대하는 것으로 덮어 버리려 하고 있다. 가치가 상실된 대선이라 하겠다. 그래서 감동이 없다.

요즈음 정당한 사회적 비판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병들었다. 편향된 이념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구조로 편가르기가 일상화 되었다. 비판과 심판 기능이 실종되었다.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양극화 된 갈등을 사악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제 살을 깎아 먹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2030에게 다가선다고 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사랑과 옳은 것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젊은 혈기의 근본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깊이가 없는 정치 철학에 물든 정치인들이 청년의 방식을 잘못 흉내내고 있다. 정신이 똑바로 들어야 사람 구실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도덕과 가치의 회복이 절실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있다. 한 병사를 전쟁터에서 구하기 위하여 장교와 하사관을 포함한 8명의 특공대가 겪는 고난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한 사람의 병사를 구하기 위하여 8명의 귀한 목숨을 위험에 내모는 이야기다. 이런 구난류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한 사람이나 몇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것에 큰 감동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실제로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래도 우리가 감동하며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 구조행위가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치 있는 일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한 사람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귀한 목숨도 바친다. 그것이 인간애이고 애국심이며, 도덕과 윤리이기도 하다. 정치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그 속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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