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조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게 한(恨)입니다”
“살아생전 조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게 한(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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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회장이 전한 파독 근로자의 호소
한국, 경제대국에 걸맞는 국격 가져야
독일교포들의 한국방문과 보금자리사업 절실
60~70년대 독일로 건너간 파독 근로자들이 고국을 방문해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동분서주 하고 있는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회장을 만나 실상을 들어보았다. [박철의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을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된 것이 한(恨)입니다”

지난해 독일 쾰른에 살고 있던 80대 초반의 한 교포가 임종을 앞두고 방문한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회장에게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이다.

60년대 파독광부 1세대인 그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고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이렇게 눈을 감았다. 하 회장은 “파독 근로자들이 모두 70대 후반에서 80대들로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다”며 “한 많은 독일 교포들이 매주 4명씩 죽어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60~70년대 독일로 들어간 파독 근로자들은 외화를 벌어 고향집에 송아지를 사주고, 형제들의 학비를 대는데 모조리 지출하다보니 돈을 모을 수가 없었어요. 이런 돈이 모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종자돈이 됐습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파독근로자들의 공로를 감안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60~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된 인원은 대략 2만 여명. 이 가운데 1000여명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1만5000여명은 캐나다와 미국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 독일에 남은 교포는 4000여명(후손 포함)이 전부다.

“파독근로자들이 돈을 벌어 고향에 보낸 뒤 몇 년 뒤 한국에 정착하려고 돌아와 보니 그때까지도 한국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다시 독일로 넘어간 뒤 이민국인 캐나다와 미국 등지로 이주를 하면서 한국의 가족들을 불러내 현지에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은 이민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살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경남 창녕 출신인 하 회장은 1964년 서울여자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로 넘어갔다. 1966년 김포공항을 떠난 63명의 파독 간호사 속에 그가 포함돼 있었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35년간 면세점과 무역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파독근로자 가운데 비즈니스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간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 2,3,4대 회장을 지냈고 프랑크푸르트한인회 부회장도 역임했으며 재독 여성모임도 만들어 오랫동안 봉사해 왔다. 또한 2016년 대한노인회 독일지회를 창립해 매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근에서 대형 기념행사를 치루고 모국방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하 회장은 독일 교포사회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지난달 겨우 강원도 양구군에서 보유하고 있던 선수용 기숙사룸(20개)을 렌트했다. 독일 교포들이 하루 숙박비 1만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양구 힐링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적잖은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공항과 접근성이 떨어져 아쉽지만 그럼에도 만족하다는 그의 설명이다.

이번 한국방문에 독일 교포 5~6여명과 귀국한 하 회장은 각종 재외동포 행사에 참석해 독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보금자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오른 만큼, 국격과 품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한강의 기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던 파독 근로자들의 한국방문과 한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교포들의 보금자리는 국가가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고령에 접어든 독일 교포들 상당수가 비행기를 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독일 교포들의 한국행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하 회장밖에 없다는 교포사회의 분위기에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는 하 회장도 8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비를 들여 교포 신문에 광고를 내 한국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던 교포 4명을 선발하여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 회장은 내년 대선이 끝나고 난 뒤 다시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독일 교포들의 한국방문 사업과 독일 교포들(40여명)이 정착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재작년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첫 단추는 끼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독 근로자들이 연금이 꼬박꼬박 나오니 이를 담보로 정부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교포들이 원금과 이자는 낼 수 있어요. 정부 관계자는 물론 국회, 기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손을 내밀어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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