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 1년5개월만에 누적적자 1070억
"소비트렌드 및 시대변화에 부응 못해"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지난해 4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ON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 조 전 대표는 지난 2월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유통환경의 급격한 지각변동 속에서 롯데가 방향을 못잡고 있다. 오프라인 막강 채널을 바탕으로 유통 1위를 달리던 롯데가 소비트렌드 변화 및 온라인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계속된 실적 악화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출범시킨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 마저 계열사간 의사결정의 부조화 등으로 출범 이후 계속적으로 불협화음을 빚으며 삐거덕거리는 양상을 보이는 등 유통부문 전체가 총체적인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이는 라이벌 신세계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해 구조적인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어서 ‘유통공룡’ 롯데의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롯데쇼핑은 올들어 3분기 연속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부진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7조78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694억원으로 29.7% 늘긴 했으나 2019년 상반기 3000억원에 가까웠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곤두박질 수준이다. 최근 공시결과,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89억원에 그쳐 지난해 동기 대비 74%나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66억원으로 2.4% 감소했다. 특히나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e커머스 부문에서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이는 지난해 동기(-280억원) 대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백화점 또한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같은 실적저하도 이유이지만 롯데쇼핑이 가장 뼈아파할 만한 것은 롯데온의 부진이다. 롯데쇼핑은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4월 롯데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롯데온을 의욕적으로 론칭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것으로, 출범 당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2023년 온라인사업을 통해 2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출범 배경에 대해선 “시대가 변해 빨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촘촘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토대로 국내 유통서열 1위를 유지해온 롯데가 온라인시장의 평정을 노리고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 롯데온이다.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에 대한 부담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디지털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롯데온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롯데온 출범 1년6개월이 지난 현 시점, 지난 3분기까지 107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등 롯데는 e커머스 경쟁력에 있어 오히려 약점을 노출하며 중장기적 성장성 마저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트렌드 변화로 e커머스 시장 매출이 크게 확대된 전반적인 기조에서도 밀려나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롯데의 부진에 대해 업계에선 소비트렌드 및 시대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과 함께 느린 의사결정 구조 등 비선진화된 기업문화가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는 삼성과는 또다른 양상으로 ‘오너 리스크’를 안고있는 기업이다.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이어 신동빈 회장이 2018년 2월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돼 230여일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기업의 비재무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미지에 있어 적잖은 흠집을 안고 있다. 이같은 오너 리스크 외에도 한국과 일본에 걸친 복잡한 지배구조 등은 ‘가치소비’, ‘깨어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최근의 소비자 의식진화에 비춰 롯데에 뿌리깊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현재의 실적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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