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유가 폭등으로 ‘슬로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현대경제연구원, "재정 집행률 높이고, 산업구조 개선, 원자재·원유 공급망 확보해야"

사진은 해양유전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오일쇼크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해양유전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오일쇼크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그대로 두면 ‘오일쇼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도 장기적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또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상승 국면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이같은 전망과 함께 대처방안도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오준범 연구위원은 “오일쇼크로 인한 슬로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예상치 못한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재정 집행률을 높이거나, 방역 철저를 기하면서도 위드코로나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오 위원은 몇 가지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소비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는 현상을 막기 위해 미시적 물가 안정 노력에 주력해야 한다. 또 유가가 쉽사리 안정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원유와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 구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기업으로선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원자재 구매 방법을 모색할 것”도 권고했다.

한편 그가 예상한 오일쇼크의 영향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연평균 국제유가가 만일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0.3%p,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에는 0.4%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 유가가 100달러에 달할 경우는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1%p나 증가하고,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는 1.4%p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경상수지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경우는 경상수지가 305억달러나 감소하고, 120달러에 이를 경우 516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의 원인을 세계 경기의 빠른 회복 속도를 못따라가는데다, 투기자본이 극성을 부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국제원유시장의 3대 유종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브렌트유(Brent), 두바이유(Dubai) 가격이 모두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유가 급등의 원인은 이른바 ‘위드 코로나’ 기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회복세에 따른 수요의 빠른 증가에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의 자금과 유동성이 원유시장에 투기자금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며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는게 연구원의 시각이다.

연구원은 “앞으로 국제유가는 2022년 2분기 또는 3분기 이후에 가선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가격 안정세가 예상되긴 한다”면서도 “시장의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동 지역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칠 경우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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