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갱단 홍보도구로 전락, 청소년 유해 앱과 콘텐츠 등 논란
이름 바꿔 이미지 만회, 저커버스는 “메타버스 세계 진입” 강변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30일(현지시간)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상호 변경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사진=마셔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상호 변경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마셔블]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페이스북이 창업때부터 내걸었던 자사의 상호를 ‘메타플랫폼’(약칭 ‘메타’)으로 바꿨다. 앞서 페이스북은 남미 마약 갱단이나 탈레반의 홍보 수단이 되거나, 청소년들을 자살 충동으로 이끄는 유해 콘텐츠 등으로 논란이 되었다. 최근엔 이를 내부 고발한 직원인 하우젠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함으로써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은 창사 이래 유지해온 ‘페이스북’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메타플랫폼’이란 명칭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 30일 이를 위한 온라인 공개 컨퍼런스에서 저커버그는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로 진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자사의 실책이나 논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는 대신, ‘미래에 대한 비전’만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더 버지’나 ‘마셔블’ 등 IT전문매체뿐 아니라, 31일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양대 일간지를 비롯해 블름버그통신이나 AP통신 등 거의 모든 외신이 이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투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외신은 “이름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나?”는 식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커트 안데르센의 1999년 단편 소설 ‘세기의 전환’의 내용을 빗대며 페이스북의 명칭 변경을 조롱하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미국 ‘양고기 위원회’에 가서 “짐승같이 보이지 않는 양에 대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이 (어린 양과 같이) 귀여운 동물을 먹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지 않는 짐승 이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것이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겉포장만 바꾸는 것을 빗댄 것이다.

기술 매체인 ‘더 버지’도 “그런 명칭 변경의 시도는 그저 절박하면서도 진부해보이고, 그 행간에는 메타버스 사업이니 뭐니 하는 허영심도 잔뜩 배어있다”고 비꼬았다. 마치 앞서 소설 속 국립 양고기 위원회(IRL, American Lamb Board) 이야기처럼 포장만 바꿔 소비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더 버지’는 30일의 컨퍼런스를 지켜본 후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인 ‘메타’의 정체성을 누누이 강조했다.”면서 “그러나 회사, 제품, 기존 브랜드로서의 ‘페이스북’이란 이름은 세계 소비자들에게 너무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편 ‘메타’라는 상호를 기획한 브랜드 컨설턴트 조슈아 글렌은 전직 언론인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의 브랜드 작품들은 주로 기호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특히 의미가 어떻게 수화와 음성으로 암호화되는지를 연구하는 전문가다. 그는 “새로운 페이스북이 더 이상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해 ‘메타버스’, 즉 가상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마크 주커버그의 아이디어에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닐 스티븐슨의 1992년 공상과학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소설은 기업과 조직범죄가 무법천지 속에서 페이스북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미래를 묘사하고 있다.”며 현실 속의 페이스북의 일탈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브랜드 컨설턴트)글렌이 “과연 ‘메타버스’의 기원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것을 상징하는 상호를 지어낸 것일까”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더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상호를 바꾼다고 해서) 이미 대중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곤 “리(re)브랜딩의 효과가 무엇이든 간에, 리브랜딩에 효과가 있다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그 효과가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리브랜딩 전략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거대한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유럽에서 이미 1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번 명칭 변경은 그런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기업 시스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주커버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유독 관심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지난 달엔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이 문자 그대로 ‘페이스 투 페이스’의 소셜 미디어 회사에 머무는 것보다 메타버스 기업으로 효과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라는게 페이스북 안팎의 시각이다. 즉 “최근 몇 년 동안 페이스북을 둘러싼 각종 송사와 최근의 스캔들로 인하 이미지 추락, 그리고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언론의 부정적 시각 등을 고려할 때, 스스로 새로운 출발을 할 때라고 느낄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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