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측 ‘디도스’ 언급했다가 결국 “라우터 오류” 밝혀
대형통신사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리에 대한 우려 커져

KT '먹통'사태로 공공기관, 기업, 자영업체 등을 망라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했다.
KT '먹통'사태로 공공기관, 기업, 자영업체 등을 망라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했다.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25일 오전 11시20분부터 지역에 따라선 거의 2시간 가깝게 KT 인터넷망이 먹통이 되면서 국가 기간통신망의 부실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KT측이 뒤늦게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라우터 등 이 회사의 총체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지적도 쇄도하고 있다.

KT측이 라우터 오류를 원인으로 공개하며서 “대형통신사가 그깟 라우터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이런 전쟁같은 상황을 초래했느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 때문에 25일 하루종일 전국의 KT 콜센터 창구는 문의와 항의 전화로 아예 통화 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KT는 사고가 난 배경과 사후 조치와 복구, 원인 규명 등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사기도 했다. 사고 후 부랴부랴 ‘위기관리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과 대책에 나서고 있으나, 애초 초동 단계에서부터 대책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게 보인다.

KT는 전국적인 자사 인터넷망이 마비된 직후인 오전 11시 30분경 “디도스 공격이 의심된다”는 입장을 일부 언론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금방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상황임이 밝혀졌다. 본래 디도스 공격이 있을 경우는 특정 웹사이트가 훼손, 마비되기 하지만, 이처럼 대형 통신사의 전국 네트워크가 일시에 정지되는 건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나 사용자들로부터 이런 비판과 지적이 일자, KT는 30분쯤 지나서 비로소 “라우터에 오류가 생긴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라우터가 왜 고장이 났는지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시스템 관리자가 상태 점검 과정에서 오류를 유발했다”고 했다가, 다시 “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면밀히 조사 중”이라는게 하루가 지난 시점까지의 입장이다. 문제는 라우터 오류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경우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라우터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KT가 전국을 커버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위해선 라우터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라우터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국 네트워크가 일시에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라우터는 수많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안내해준다고 해서 ‘길(ruote)’이란 단어를 차용한 것이다. 네트워크를 오가는 데이터들이 효율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안내하며,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핵심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라우터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막히면서 KT의 전국 네트워크가 일순간 멈춰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상수도 배관이 막히거나, 터진 것과 다름없다.

KT는 약관상 ‘3시간 이상의 피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한 피해 보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수많은 자영업체나 매장, 금융기관 등에서 결제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빚었다. 스마트폰이 불통이어서 생활과 업무에 차질을 빚는 등 시민들도 큰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각종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아,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기관, 기업체 등의 업무가 마비됨으로써 한 순간 국가 기능이 잠시 정지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선 “시민 차원의 항의와 압박을 통해 KT가 적절한 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가 꾸린 ‘위기관리위원회’는 현재 사고 원인 규명에 몰두하고 있으나, 그 단계가 지나면 진지하게 피해 배상은 물론, 향후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처방과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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