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겨울은 온다"...이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클레버'를 가다
"반드시 겨울은 온다"...이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클레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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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홍 ㈜클레버 대표이사 인터뷰
이차전지 활성화 공정 내 폴딩 설비 전문, 관련 특허만 30여건
"전기차 배터리 화재예방, 절연 공정에 달려있어"
"반도체 소재 사업 연내 론칭, 전기차 로봇충전 시스템 개발"
2016년부터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588억 매출을 올린 정종홍 ㈜클레버 대표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반드시 겨울은 온다.’ 이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클레버 정종홍 대표(49) 사무실 칠판 한 구석에 쓰인 일종의 ‘경구(警句)’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패러다임이 빨리 바뀌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무섭다”는 표현을 그는 썼다. 제조업체 CEO로서 평일에 골프장이 붐비는 것을 보면 ‘남의 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바이오 등과 함께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 설비를 주력 생산하는 ㈜클레버 청주 사업장을 찾았다. 전극-조립-활성(화성)-팩(pack)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공정과정에서도 전기를 주입하는 활성화 공정 내 폴딩 설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를 촉발한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선 절연이 핵심인데 폴딩기술은 절연기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공정에 해당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 회사는 배터리 셀의 가장자리 부분을 단계적으로 접는 롤러 방식의 폴딩 설비를 개발해 2016년부터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안전성의 핵심은 배터리 기술에 달려있고 배터리의 핵심기술은 전지의 절연을 컨트롤하는데 있다. 전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폴딩 공정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이차전지의 마지막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접히는 부분에 크랙(틈)이 안생기게 자체 특허인 열가압 방식을 적용해 절연 불량률을 0.1% 로 낮추었다. 경쟁사(3%)와 비교할 때 클레버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이 특허로 회사가 올라섰다.”

㈜클레버는 이차전지 설비 관련 특허를 30여건 등록 및 출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생존할 길은 지적재산권 밖에 없다고 판단해 기술개발을 하면 무조건 특허를 낸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은 130여명이며 이 중 연구인력은 15명, 연매출의 3~5%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매출규모는 지난해 기준 588억원이며, 사업분야 확장을 통한 신규매출 창출을 내다보고 있다.

“기존에는 이차전지 공정에 있어 조립과 활성화 설비만 공급했는데 이번에 팩 설비를 개발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독일 협력사가 전 세계 80개 자동차회사와 네트워크가 돼 있다. 마침 EU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활성화 공정 설비는 고도화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어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클레버는 현재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주상황을 봐서 스타트할 계획이다. IPO를 앞두고 지난해 10월 지분을 분산하면서 대표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직원들에게 우리 사주와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이래 저래 지난해에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삶에 있어 변한 건 하나도 없더라”며 웃었다. “여전히 바쁜데다, 3~4년뒤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해서 공부를 게을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이나 품목 하나 갖고 5년, 10년 먹고살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3~4년 벌었으면 그 시점에 새로운 걸 준비해서 매출이 ‘엠보싱’ 곡선을 그리며 꾸준히 이어지게 해야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금’이 끝없이 갈 것으로 착각하고 거기에 취해 때를 놓친다.”

정 대표는 배터리 산업 자체가 향후 4~5년 간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할 것이나, 반도체와 비교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 이내에 전 세계 승용차시장이 전기차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할때 그 이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클레버는 비관련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데, 반도체 소재 사업과 더불어 로봇을 이용한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스템 개발이 그것이다.

정 대표는 반도체 웨이퍼에 쓰이는 소재 사업을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이미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 현재 시생산 중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로봇은 지난해 정부 R&D 과제로 선정돼 개발중에 있으며 내년 6월경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하주차장에 자율주행차가 들어오면 로봇이 배터리를 끌어다 차에 꽂아 충전해주는 시스템이다. IT, 금융(충전요금), 제조, 관제, 유지보수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이라야 향후 운영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드웨어 쪽은 지분투자를 통해, 소프트웨어 쪽은 벤처투자를 통해 개발할 예정이다.”

이 즈음에서 정 대표는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은 자동차산업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근래 중국의 전력난을 예로들며 10년 이내에 전기차로 전부 교체될 것으로 예상할때 전력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4배 가량을 전기차가 소모한다고 봤을 때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것과 더불어 전력수급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차를 앞서 보급한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보듯이 석탄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는 사태가 빚어지면 ‘친환경’은 어불성설인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원과 더불어 성장하는 중소기업 롤모델’로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인 12인’에 들었다. 그는 클레버 직원들의 로열티(충성도)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뭔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전부 지원해준다. 다른 거 없다. 직원들의 의식주를 잘 챙기고 버는대로 나눠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금이 계속 쌓이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더라. 지난해엔 공장에서 5㎞ 떨어진 곳에 기숙사 2채를 구입해 입주를 시켰다. 이익이 생기면 나눠주니 직원들 입장에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회사와 직원 모두가 잘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을 품안의 식구처럼 확실하게 챙긴다는 자세로 함께 가고 있다.”

이 회사 고졸 평균 연봉은 대기업의 대졸 신입연봉 수준이며, 2017년부터 매년 성과급을 모든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다. 연봉은 능력에 따르지만 성과는 같이 고생한 결과물이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1995년 LG반도체에 입사해 15년간 장비 유지관리 엔지니어를 했다. 전문대에서 전기·전자를 전공한 그는 회사를 다니며 청주대 법학과와 충북대 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쳤으며, 2016년 클레버에 합류했다. 과거 다른 회사에 재직할때 고객사 장비가 고장나면 밤12시에도 기술자를 깨워 고쳐줄 정도로 열심히 한 것이 나중에 신뢰가 되어 되돌아왔다는 그는 회사를 운영하며 두 가지 경영방침을 세웠다. ‘중소기업의 유연성’과 ‘대기업의 복지’를 같이 가져가자는 것. 실례로 직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직무가 있으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이동을 시켜준다고 그는 말했다.

산업환경이 급변하여 ‘겨울’이 오거나 설령 ‘들’을 빼앗기더라도 다시금 ‘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싹트는 기업, 그런 기업을 연상하며 클레버 청주공장을 나섰다.

이차전지 설비 제조업체인 ㈜클레버 정종홍 대표가 청주 공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정종홍 ㈜클레버 대표가 청주공장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황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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