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에서 기회를 잡다"...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넥스틴'을 가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기회를 잡다"...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넥스틴'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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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넥스틴 박태훈 대표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시장 확대 기회"
올해 매출 800억, 순이익만 약 400억원 예상
인텔과 공동 기술개발, 미일 시장 진출 계획
"고급 머신비전 기술, 기술 및 사업 확대 분야 무궁무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선정한 박태훈 ㈜넥스틴 대표가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취득한 각종 특허 및 인증, 상장이 장식장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한 박태훈 ㈜넥스틴 대표가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취득한 각종 특허 및 인증, 상장이 장식장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있고, 손해를 보는 쪽이 있는가하면 수혜를 입는 쪽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패권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염려하는 시각이 크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시장확대와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이 분명 있다. 80년대 미일 경제전쟁 보다 훨씬 강도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 미중 패권전쟁에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기업을 방문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회사 ㈜넥스틴이 그곳이다. 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산단에 위치한 넥스틴 사업장을 방문해 박태훈 대표이사(55)를 만났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검사장비는 미국 것을 써야한다. 워낙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 어플라이드, KLA 등 미국업체가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쥐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를 국가안보상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중국을 상대로 사실상 장비공급을 막으면서 중국회사 입장에선 우리 회사 장비를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오랜 시간과 투자가 소요되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넥스틴은 2010년 설립 이후 제품개발에 집중하면서 계속 적자를 유지하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면서 첫 흑자(200억원 규모)를 실현했다. 삼성이 1988년 반도체사업에서 첫 흑자를 내면서 이전의 누적적자를 모두 털은 것도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분야의 특성 때문이다.

넥스틴은 미중 무역분쟁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중국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안에 상하이 인근에 합작법인(JV·Joint venture)을 설립할 예정으로 추진중에 있다. 올해 전체 매출규모는 8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비 60% 증가한 수준이며 순이익은 약 400억원으로 예상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수익률이 50% 가량 되나, 미국업체의 수익률(80%)에 비하면 아직은 크게 못미친다. 수출비중은 60% 정도다. 미국업체가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신생업체인 넥스틴은 그간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수출은 100% 중국에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상당히 어려운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내년엔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재 인텔과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이것이 마무리되면 인텔장비가 들어가면서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엔 수출비중이 매출의 80%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검사장비는 오랜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한 반도체 분야에서도 특히나 고난이도 기술 분야다. 박 대표가 진입장벽이 높기로 알려진 반도체 검사장비를 개발하게 된 데는 그의 남다른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의 넥스틴을 일구기 까지 그의 인생에서 두 번의 전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1988년 12월 삼성장학생으로 선발돼 석사후 제일제당 신약개발팀에 입사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1990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일본 NEC를 방문해 반도체 분야에 전자, 물리과 외에 화학 전공자들이 배치된 것을 보고 삼성반도체에 화학과 출신을 물색하게 되는데, 이 때 박 대표가 반도체로 불려가면서 1991년 2월 정식입사를 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반도체엔 전자, 물리, 요업(세라믹) 전공자들이 각 3분의1을 차지한 가운데 화학 전공자로선 처음이어서 다들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것이 반도체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때만해도 삼성이 반도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을 시기였다.

“반도체는 섬세한 화학공정이다. 삼성에선 공정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병역특례가 끝나는 시점인 1996년 미국의 KLA로 이직을 했다. KLA는 반도체 검사장비 쪽에선 독점업체다. 거기서 7년 근무하고 2002년 창업을 하면서 이스라엘 네게브텍의 주주로 참여해 장비개발을 같이 했다. 네게브텍의 1대 주주가 리먼브러더스로서 2008년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파산해 당시 같이 일했던 이스라엘 멤버들과 세운게 현 넥스틴이다.”

넥스틴 공장 내부. 대당 500만불(한화 50억~60억원) 정도 하는 반도체 검사장비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황복희 기자]
넥스틴 공장 내부. 대당 500만불(한화 50억~60억원) 정도 하는 반도체 검사장비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황복희 기자]

박 대표는 KLA와 네게브텍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캐시’(현금흐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이 없어도 회사가 2년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캐시는 보유하고 있어야한다는게 지론이라고 밝혔다.

“KLA 회장이 ‘캐시’의 중요성을 강조해 당시 KLA는 캐시로 7억불을 갖고있었다.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네게브텍이 파산한 것도 캐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1대 주주인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투자사 주주들이 2008년 10월말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돼 있어 이를 믿고 네게브텍이 자체 캐시를 탈탈 털어 썼다. 10월8일 리먼사태가 터지고 투자계회이 철회되면서 뱅크럽이 된 것이다. 한국에 나와있던 이스라엘 엔지니어를 본국으로 불러들일 비행기값이 없을 정도였다.”

박 대표는 미국 KLA에서 7년간 일하면서 마케팅과 기업문화 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대기업은 휴일도 없이 근무하던 때였다. 한달에 일요일 하루 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미국을 갔더니 가족이 최우선이더라. 한번은 TV에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광고가 나오길래 의아했다. TV광고는 보통 B2C 회사들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하는데, 반도체는 고객이 한정돼 있어 TV광고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어플라이드 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물어보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TV광고를 해야 직원가족이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으나 90년대 후반 당시로선 인상깊다 못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회사가 여력이 되는 한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마인드는 그 때 싹튼 셈이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된 넥스틴은 그 전까지 장비개발 투자로 인해 계속 적자였는데도 불구하고 APS홀딩스 그룹내에서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고 이직률 또한 제일 낮은 것으로 조사돼 그룹에서 신기해할 정도였다고 그는 말했다. 전체 직원은 71명이며, 이 중 연구인력은 이스라엘 인력 8명을 포함해 28명이다. 박 대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원과 더불어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롤모델’로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인’ 12인에 들었다. 이런 그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세상에서 제일 큰 회사는 아니지만, 제일 좋은 회사는 만들 수 있다고. 이익이 많이 나고, 그 이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회사에 나오는 게 즐거운, 그런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나서 직원들에게 공정하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성과평가에 이어 보상이 공정해야하며, 직원들간에 치열하게 일하되 상호 존중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면 전 세계에서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넥스틴의 최대주주는 APS홀딩스다. 박 대표는 “막상 창업을 해 장비를 개발했으나 스타트업이라 대기업에 팔 수가 없어 APS홀딩스에 지분 20%를 주는 조건으로 1대 주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후 SK와 삼성 등에 장비 납품을 하면서 회사가 성장했다. “벤처캐피탈로부터 200억원을 투자 받아 기술개발을 하고 점프업이 필요할 때 중견기업과 손을 잡았는데, 스타트업이 발전하는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대표는 향후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지 프로세싱 소프트웨어 기술(머신 비전) 등 반도체 검사장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구 바깥에서 지구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첩보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가전 등 모든 산업에 광범위하게 반도체가 쓰이면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진화라는게 결국엔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데,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와 그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분석·판단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이 두가지를 넥스틴이 하고 있어 기술확장이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차에도 우리가 하고있는 고급 머신비전 기술이 필요한데, 지금 나오는 차량들은 기술수준이 아직 엉성하다.”

정부가 소부장 사태를 계기로 부랴부랴 소재 국산화에 착수하긴 했으나 장비 부문은 관심과 지원이 없어 더 늦기전에 서둘러야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제조 2025’를 통해 10년전부터 노력을 기울여 반도체 장비회사가 우리보다 더 크고 앞서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구축하고 있는 소자 쪽 외에 장비와 소재 분야가 같이 발전해야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나 자동화가 이뤄지는 소자 분야와 달리 장비 부문은 사람이 하는 작업이라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넥스틴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소부장 강소기업 100’ 지원기업이다. 이 회사 연봉은 국내 중소기업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직원은 웃으며 출근하고 가족은 자랑스러워 하는’. 대표이사와 전 직원이 함께 추구하는 넥스틴의 사훈이다.

넥스틴 건물 로비에 자리한 커피 라운지. 좋은 원두를 사용해 여느 커피전문점 보다 커피 맛이 좋았다. 직원들이 1000원을 내고 커피를 마시면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한다.
넥스틴 건물 로비에 자리한 커피 라운지. 좋은 원두를 사용해 여느 커피전문점 보다 커피 맛이 좋았다. 직원들이 1000원을 내고 커피를 마시면 기부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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