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칼럼] 뉴질랜드에선 공직자 갑질 안통해
[박춘태 칼럼] 뉴질랜드에선 공직자 갑질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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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산업, 문화예술, 스포츠 영역 등에서 국가이미지를 쇄신시키고 국가경쟁력 또한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을 살펴보면 민간영역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체의 성장세 및 한류 열풍이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 휴대폰,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전시 매장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수준과 세계적 경쟁력이 있음을 실감케 한다. 또 많은 지역민들이 K-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심지어 방탄소년단 사진이 들어간 옷이나 휴대폰 케이스를 갖고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외교 공무원들의 잘못된 갑질 횡포가 여전히 거론되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을 섬기는 것을 업(業)의 본질로 삼는 업무가 공무원 업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품위를 유지하며 헌신과 희생정신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 그들의 부단한 노력에 있었기에 국가 이미지·경쟁력 또한 제고돼 왔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나사가 빠져 있다는 푸념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더욱 큰 문제는 그 빈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행동에 위배되는 경우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무엇이 문제인가. 적당주의 때문이다. 부당한 행태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가 하면, 적당한 솜방망이 처벌 등 부실 대응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렇다보니 국외에서 뒤늦게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피해의 양상은 인격적 모독, 공공질서의 파괴, 사회적 물의 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어렵게 끌어올린 국가 이미지와 경쟁력을 망쳐서야 되겠는가.

2017년 11월 및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자. 당시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국인 외교관과 현지인 남자 직원 간의 성추행 사건이 현지 매체에 보도됐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한국인 외교관은 뉴질랜드를 떠났다. 그러나 한국에서 조사 후 감봉 1개월의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교민 사회를 포함한 사회적 공분을 사게 했다. 급기야 뉴질랜드 총리가 우리나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 사건을 거론함에 따라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됐던 적이 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에서는 2019년 부임한 외교관이 총영사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과 비상식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자정능력을 갖춘 냉철함이 필요한데 충격적인 일이다. 대내외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한심하고 안타깝다. 두 사건 모두 대상은 다르지만 일종의 갑질 의혹 사건이다. 발생 원인은 문화적 상대성을 적용하지 않은 점과 통제하기 힘든 자기중심주의에서 비롯됐다. 조직 문화의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건이 개인 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이미지 손상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면에서 부패인식지수, 공직기강, 청렴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뉴질랜드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는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공공의 이익 및 번영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법 적용을 강력하게 한다. 여기엔 지위고하를 불문한다. 제37대 뉴질랜드 총리를 역임한 헬렌 클라크(Helen Elizabeth Clark)의 경우를 보자. 2004년 어느 날 지방 출장에서 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피치 못해 늦게 출발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규정 속도 시속 100km를 유지하다간 정해진 회의 시간에 참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운전기사에게 빨리 운전할 것을 재촉했다. 규정 속도를 훨씬 초과한 시속 130㎞로 달렸다. 그 결과 가까스로 회의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 고속도로에는 과속을 단속하는 감시 카메라가 없었다. 총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했지만 과속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안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출장 며칠 후, 총리 차의 과속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알고 보니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던 다른 차 운전사가 총리 차의 과속을 신고했던 것이다. 총리는 결국 과속으로 인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번엔 외교부 장관이었던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의 경우를 보자. 2014년 7월 공무수행 차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출장을 갔다. 공무수행을 한 후 웰링턴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로에 차가 밀리는 등 심한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출발시각에 임박해서야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직원에게 각료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보안검색 면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번의 간청에 공항 직원은 보안검색을 하지 않고 탑승하게 했다. 며칠 후 이것이 발각됐다. 뉴질랜드 민간항공국(CAA)에서는 교통부 장관 참석하에 관계자들이 회의를 열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각료가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공항 규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항 보안검색을 받지 않은 댓가로 벌금 2000 달러(한화 약 160만원)를 납부해야 했다.

그렇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느 누구든지 갑질을 할 수가 없다. 우월적 지위나 관계의 우위도 이용할 수 없다. 오직 수평적 잣대로 판단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준법을 통해 공중도덕을 지키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개인의 자유와 존중은 공공의 이익과 번영 면에서 판단하고 있다. 그들에겐 갑질이 통하지 않는다. 법규 및 공중도덕의 준수가 신뢰사회의 구축, 국가경쟁력 강화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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