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기술혁신·스케일업 주도, 1만9천개 이노비즈기업 대변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기업, 텔스타홈멜㈜ 대표이사
"스케일업 정책은 창업기업 정책과 달라야"

1만9000여개 이노비즈기업을 관리하는 '혁신기업' 대표단체인 이노비즈협회 임병훈 회장을 만났다. [황복희 기자]
1만9000여개 이노비즈기업을 관리하는 '혁신기업' 대표단체인 이노비즈협회 임병훈 회장을 만났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지난 19일 판교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에서 만난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텔스타홈멜 대표)은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혁신기업과 벤처기업을 같다고 생각하나, 구분해야 한다고 보나.”

(그 구분이) 임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얘기했다.

그는 “창업기업·스타트업이 벤처기업”이라고 정의하며 "10년 20년 된 기업이 벤처기업 인증을 갖고 있다 해서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은 맞지않다"고 말했다. "창업기업을 위한 정책과 혁신기업을 위한 스케일업 정책은 달라야한다"는 것이다. "창업과 스타트업은 벤처기업 인증으로, 10년 20년 된 기업은 혁신기술 인증을 통해 정부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오늘날 제조강국 대한민국의 기반이 된 벤처정책과 벤처기업인들을 존중한다"며 "대단히 성공적이었기에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고 저 또한 벤처기업 1세대로서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정책 제언을 하고 싶을 따름"이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없이 한, 두명의 아이디어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벤처정책과 구분하여, 시장의 요구에 맞아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는 혁신정책을 실행해야 성장사다리가 작동될 수 있다"는 게 임 회장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 10개 중 몇 개가 살아남아 이노비즈나 메인비즈 기업이 됐으면 거기에 맞는 정책이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임 회장은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정책이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한데 버무려 이뤄지고 있어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창업한지 10년, 20년 된 수천억 매출의 회사도 벤처인증을 받게끔 해놓아 이런 회사가 벤처기업과 혁신기업 양쪽에 걸쳐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도 창업·벤처기업과 혁신기업 관련 단체가 함께 묶여있다보니, 이노비즈기업 등 혁신기업을 대변하기가 어렵고 공통분모가 약해 동력확보가 쉽지않다고 덧붙였다.

“기술혁신과 스케일업을 주도하는 1만9000개 이노비즈기업은 평균 연매출 160억원, 업력은 16년, 평균 종업원수 46명이다. 전체 이노비즈기업의 총매출액은 292조원(201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비중(15.8%)이 삼성보다 높다. R&D 시스템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 기반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으로서 수십억에서 수백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 2만개 정도 있는 셈이다. 이같은 ‘좋은 중소기업’ 모임이 바로 이노비즈협회라고 보면 된다.”

이노비즈기업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혁신기업’이라고 임 회장은 자부했다. 이를 입증하듯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소부장 강소기업 100개사 가운데 91개사가 이노비즈기업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지만 IT나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군을 아우르고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기업인 텔스타홈멜㈜ 대표인 임 회장은 지난 2월 제10대 이노비즈협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2002년 협회 출범 이후 10대 회장에 이르기까지 매번 추진과제가 달랐는데, 그 어느때보다 급변의 소용돌이에서 회장직을 넘겨받은 그의 머릿속엔 어떤 그림이 담겨 있을까.

임 회장은 ‘DT(디지털전환)’ 관련 부분을 가장 중시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양적 성장 중심의 스마트공장 확산 기조를,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 스마트공장을 넘어 스마트 비즈니스로 진화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평균 업력 10년 정도 된 이노비즈기업들이 디지털로 변환되는 4차산업과 매칭이 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는 창업기업에서 출발해 한단계 도약을 통해 평균 10년간 안정적으로 커온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제조혁신 선도 ▲기업 간 상생·협업 ▲성장역량 강화 ▲맞춤형 일자리 지원체계 구축 ▲수출 패러다임 전환 등 스마트 5대 전략을 제시하며 매출 1000억원 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중소기업이 스마트 제조혁신을 선도하도록 AI 기반의 지능형 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와함께 고객과의 접점이 가까워진 시대흐름에 맞게 제조기업이 제조서비스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서비스화 교육 및 컨설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1987년 창업해 지난 30여년간 국내 제조기업의 자동화 및 스마트화 시설을 구축해온 전문가로서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화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과 상위 중소기업은 디지털화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 편차가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제조강국이지 않나. DT 수준에 있어 독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문제라면 편차가 많이 나는 점이다. 이노비즈기업 2만개가 스케일업 과정을 거쳐 수준을 끌어올리면 편차가 좁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임 회장은 혁신단체협의회를 구성해 혁신기업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을 만들어 정부에 제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노비즈협회는 혁신기업 정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말 김세종(전 중소기업연구원장) 초대 원장을 비롯해 5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된 이노비즈정책연구원을 발족시켰다.

이노비즈(INNO-BIZ)협회는

이노비즈 인증 제도의 관리기관으로서 기술혁신과 스케일업을 통한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해 지난 2002년 사단법인으로 출범,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출범 초기 1000여 개사에 불과하던 이노비즈기업은 현재 1만9000여개의 거대한 중소기업군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1만5000여개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으며 전국에 9개 지회를 두고 있다.

‘이노비즈’는 Innovation(혁신)과 Business(기업)의 합성어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지칭한다. 실적 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중요시 해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경쟁력 및 내실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정부가 선정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100대 강소기업 중에 91개사가 이노비즈기업이다.

‘제조혁신 이노비즈, 제조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AI 전환’, ‘상생 협업’, ‘글로벌화’를 핵심가치로 해 대한민국 혁신경제의 중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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