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분석...
‘자동화 종사자 원활한 일자리 이동 지원’, ‘중소기업 채용 확대’ 등 정책방안 강구 필요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자치구가 실시한 취업박람회 현장.
서울 시내 한 자치구가 실시한 취업박람회 현장.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올해 2월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고용상황도 개선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자동화의 가속화, 소수 기업으로 고용이 집중되는 현상, 그리고 실업의 장기화 현상이 향후 지속적인 고용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2일 ‘BOK이슈노트-코로나19의 상흔과 노동시장의 세 가지 이슈’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첫 번째 요인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한국은행은 “직업을 자동화 저위험 직업군과 고위험 직업군으로 구분해보면,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이 코로나19의 고용충격에 더 취약하였다”면서 “특히, 대면서비스업에 속한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경우 코로나19 기간에 취업자수가 두드러지게 많이 감소한 데다 회복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주들은 향후 노동자 채용보다 감염병 위험이 없는 로봇 등 자동화 기계 도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 자동화 확률이 고용증가율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특히 대면서비스업에서,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에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확률이 10%p 높으면 대면서비스업(여타 산업)의 고용증가율이 1.02%p(0.29%p) 낮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시기별로 보면 코로나 이전에는 자동화 확률이 10%p 높으면 대면서비스업 고용증가율이 0.86%p 낮으나, 이후에는 이 수치가 1.39%p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화 확률이 높을수록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을 크게 받았으며, 향후 해고노동자의 일자리가 로봇 등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는게 한국은행의 해석이다.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두 번째 요인은 고용집중도의 상승이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최근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 부진으로 고용집중도를 나타내는 ‘고용 허핀달-허쉬만 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실증 분석 결과 고용집중도 상승은 고용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어 향후 고용집중도가 크게 상승한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창출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소수 기업에 고용이 집중될수록 경제 전체 고용과 임금은 감소하며, 노동자의 협상력 약화 등으로 인한 임금상승률 둔화가 노동공급 둔화로 이어지는 데다, 독점력 상승, 규모의 경제 등으로 신규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아 고용창출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사업체 규모 간 고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그로 인해 “특히 30~299인 사업체의 고용은 최근의 고용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현재 코로나 이전(2020년 2월)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이슈노트’에서 세 번째 요인으로 실업의 장기화를 꼽았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장기실업자(실업지속기간 4개월 이상)가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확률이 낮고 구직단념확률이 높은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경제 전체의 고용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경력 공백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 이력현상(hysteresis)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실업 장기화의 부작용 중 하나는 구직단념자의 증가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구직단념 전환율(실업자 중 3개월 이내 구직단념자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 비율)을 보면, 단기실업자의 구직단념 전환율은 11.9%에 그친 반면 장기실업자의 같은 비율은 21.1%에 달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실업자의 증가가 구직단념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구직단념자의 증가는 경제 활동참가율 하락으로 이어져 고용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또 “실업 장기화의 또 다른 부작용은 이른바 ‘이력현상’(hysteresis)”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상태로 돌아오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는 경력 공백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 생산성 및 인적자본 감소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실업자와 구직단념자의 취업전환율(실업자 중 3개월 후 취업상태인 사람 비율)을 보면 실업자보다 구직단념자의 취업전환율이 더 낮아 실업의 장기화에 따른 구직단념자의 증가가 이력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또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의 취업전환율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단기실업자보다 장기실업자의 취업전환율이 낮게 나타난다. 특히, 장기실업자 중에서는 여성, 취업경험이 없는 장기실업자의 취업전환율이 두드러지게 낮았다”면서 “이는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을 크게 받은 여성과 노동시장에 신규진입하는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이슈노트’ 말미에서 “이러한 요인들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즉 자동화 고위험 직업 종사자의 원활한 일자리 이동과 구인·구직난 완화를 통한 중소기업 채용 확대에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늘어난 장기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시켜 이력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결론적으로 “자동화의 가속화는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의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집중도의 지속적인 상승은 경제 전체의 고용 증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구인·구직난 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 채용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시기 늘어난 장기실업자와 구직단념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시켜 이력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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