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 ㊤
[장태평 칼럼]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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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국가의 역할은 공동체의 행복 극대화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재심 끝에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는 꾸준히 무죄를 주장했지만, 수사기관의 강압과 부실수사, 그리고 부실재판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렀다. 더구나 그는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수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억울함은 정의롭지 못하다.

얼마 전 현직 검사가 밤 11시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여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피하는 그 여성을 700m나 쫓아가고, 햄버거 가게까지 들어가 추행하려는 것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올렸으나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였다. 그 검사는 감봉처분으로 책임을 마무리 하고, 최근엔 반부패·강력수사 업무로 영전하였다. 이 부당함은 정의롭지 못하다.

세상에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몇 년 전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정의로운 국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고작 5%에 불과했다. 국민의 10명중 4명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억울함을 당하고,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년 전 미국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0만 권 넘게 팔렸다. 샌델 교수의 국내 강연회에는 1만5000명이 운집했었다. 우리 국민이 정의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정의란 무엇인가? ‘正義’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한다. 그리고 영어로는 justice인데, ‘justice’는 ‘사회구성원들이 살아가며 모두가 지켜야 할 규범과 법’을 의미한다. 비슷한 뜻으로 ‘righteousness’가 있는데, 도덕적 당위성을 강조한 개념으로 ‘옳음’의 개념이 포함되어 ‘공의’로 해석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사회 ‘정의’는 justice라 할 수 있는데, 사법적 의미가 강하다. 이 ‘정의’는 선(善)과 악(惡)의 개념에 중립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회규범으로 도로교통법을 제정하였다. 네거리의 신호를 위반하면, 법에 위반된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악을 행한 것은 아니다. 의료법은 한의사에게 일반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의사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경우 의료법은 한의사에게는 악법이 된다. 선악의 기준은 의외로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샌델 교수는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제시하였다.

첫째,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을 기준으로 정의를 생각한다. 그들은 정의란 사회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옳은 행위란 공리를 극대화하는 행위이다.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정의다. 국가의 역할은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둘째로 자유를 기준으로 정의를 생각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에게 정의란 ‘선택의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개인의 자유가 제한 당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가치다. 국가의 역할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들 중 자유의 근거를 도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정의란 평등하고 공정한 상황에서 구현되는 것이므로 ‘기회 균등이 보장되는 공정한 사회 질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셋째, 미덕을 기준으로 정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의란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선의가 정의다. 정의는 가치의 문제다. 따라서 국가는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그들이 좋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 즉, 국가 전체의 미덕이 함양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이 평등이라고 주장하면서, 평균적 정의, 배분적 정의, 일반적 정의로 구분했다. 평균적 정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정의로서,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법률 앞에 평등하고, 정치적으로 차별 받지 않는다. 배분적 정의는 사회적 구성원이 각자 상이한 능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그 가치와 기여의 차이에 따라 대우 받아야 한다는 실질적 평등의 원리이다. 셋째, 일반적 정의는 구성원 상호간에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의이다. 이는 법률에 정해지는 법적 의무다. 정의를 보는 세 가지 기준이나 분류는 서로 다른 정의의 구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전체 정의의 부분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속성들이 잘 조화를 이룰 때 바람직한 정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연대에는 모든 국민의 부를 증진시키는 국가발전이 정의였다.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 공리주의적 정의가 빛을 발했던 것과 같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과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정의였다. 이런 개인의 능력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자유 경쟁이 보장되는 것이 정의였다. 이런 경쟁을 통해 전체의 이익이 최대한 증가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의를 생각하는 중심이 국민 전체 행복의 총합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로 이동한 셈이다. 그리고 인권이 신장되고, 인간의 동등성이 강조되면서, 분배의 정의가 강조되게 되었다. 같은 시대에 살지만, 젊은 층일수록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더욱 중시한다.

정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전쟁터에 있는 두 진영의 군사들은 각자 자기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 정의이고, 적을 죽이고 전우를 살리는 것이 정의다. 원고와 피고를 위해 변호를 하는 변호사들은 각자 자신의 논리가 정의일 수 있다. 반정부 투쟁을 하는 사람들은 수사기관에 붙잡혔을 때, 잡히지 않은 동료들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정의다.

또한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능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자유지상주의적 정의는 견고한 사회적 연대와 사회의 안전장치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는 서로 존중해야 할 공동체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각자 자유롭게 행동하되 공정하게 적용될 규범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 결정과 분배 과정에서도 공정성이 유지 되어야 한다. 국가는 이런 공정성을 담보하고, 옳음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본다. 법학 교수인 조국은 가족이 공문서와 사문서를 위조하고, 증거물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는데도 부끄러움이 없다. 지지자들은 사실에 관계없이 과도한 편들기에 나서고, 오히려 검찰을 비난하고 재판에 군중의 위력을 과시한다. 증거와 재판을 통해 범죄가 밝혀졌는데도 인정하지 않는다. 조국은 심지어 재판과정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법정 밖에서는 검사들의 모함이라고 억지 주장만 하고 있다. 한편, 정부 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불법 부당행위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할 법무부는 법률에 반하는 수많은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압박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수사팀을 해체하고, 제도를 왜곡시키고 있다. 편파적인 검찰인사는 법무부뿐만 아니라 전체 공직 사회의 전통적 규범을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 김학의 불법 사찰 사건, 여러 권력개입 사건의 수사 방해 및 은폐 등 모두 열거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불법 부당한 사건으로 기소된 검사들과 비서관을 승진 영전시키고 있다. 이에 저항하던 검찰총장은 축출하였다. 법무부와 정부가 앞장서서 법을 무너뜨리고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여당과 국회는 부동산 입법과 재정지출 법안 등을 졸속으로 입법하여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가 오히려 정의를 허물고 있다. 이를 보다못해 같은 정부에서 일했던 검찰총장, 감사원장, 경제부총리들이 나서서 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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