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소급보상 아닌 피해지원? ‘언 발에 오줌 누기’ 생색”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손실보상법의 국회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손실보상법의 국회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차라리 아예 며칠이라도 서울을 ‘봉쇄’하거나, 모든 가게를 문닫게 하는게 낫지 않겠어요. 이렇게 단계를 정해서 하는 것보단…. 그게 훨씬 효과가 있다고 봐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서울 연신내 인근에서 녹두전, 파전 등을 주메뉴로 하는 한 식당 주인은 “어차피 죽을 지경인데, 그럴 바에 ‘화끈하고 짧게’ 끝내는 대책이 더 낫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손실보상법이 지난 지난 7월 1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별도로 2차 추경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애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는 소상공인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법 시행을 위해 정부가 짠 예산을 보면 한 업소당 기껏 300만원 정도인데, 그건 ‘지원하는 척’하는 ‘쇼’에 불과하다”는 불만까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국가 재정상황’을 걱정하는 보수적 시각도 있지만, 그 보단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국회를 통과한 손실보상법에 대해선 “과거 손실을 정확히 따져 '소급보상' 하지 않고 '피해지원' 형태로 지원하는 법이라 실효성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참여연대는 12일 이에 앞서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경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업주당 312만원(집합금지제한업종 96만개 업체에 약 3조원) 정도 돌아가는 수준에 불과한데다가 ▲임대료 분담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고 ▲임대료 긴급대출 규모와 대상은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특정업종이나 계층, 카드사들에게 특혜가 될 우려가 높은 신용카드 캐시백 지원에 1조1000억원의 재정을 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신용카드 캐시백 지원에 대해선 “모피아 관료들의 매우 불순한 의도”라는 비난도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캐시백에 들어가는 돈은 어차피 대기업인 카드사만 배불릴 뿐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일부 언론에선 “모피아들이 퇴직한 후 카드사 임원 등의 자리를 꿰차는 관행에 비춰보면, 일종의 ‘퇴직후 재취업’과 ‘전관예우’의 심리가 엄격해야 할 정부 정책에 스며든 것으로 오해할 만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손실보상법에 대해 한국외식업중앙회도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호소문’을 언론 매체에 배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단체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대한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내용을 통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7~9월 분 재원 6000억 원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일단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각종 외식사업장들은 사실상 셧다운 상황에 돌입했으며, 현재 외식업주들은 70%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감내하면서 최대한 정부방침에 호응하고 방역수칙을 성실히 지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손실 보상금 산정 방식이 비상식적임을 지적하면서, 외식업 현장의 목소리를 좀더 반영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방안을 다시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7~9월 분 재원 6000억 원은 너무나 부족한 예산으로, 추가적인 재원에 대해 다시 국회와 정부가 논의하고, 빠른 시일에 예산을 증액시켜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이런 논란에 더해 특히 말이 많은 것은 임대료 분담에 대한 대책이다. 소상공인들의 과도한 임대료를 당사자와 건물주, 정부가 어떻게 분담 내지 지원하느냐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만약 정부안대로 추경안이 처리되면 3조원 수준의 손실지원금이 고스란히 건물주들에게 돌아가는만큼, 임대료 분담 대책을 마련하고 임대료 긴급대출의 규모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각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12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더욱 높아가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는 사실상 셧다운 상황이라며 손실보상 재원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앞서 연신내 식당 주인은 “찔끔찔끔 ‘푼돈’으로 생색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차라리 안받고 말지…”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나 이처럼 2차 추가경정예산안 확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도 기재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시중의 여론에 대해 “추경 규모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추경 예산으로 부족하면 내년에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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