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욱 ㈜휴넷 회장, 행복한경영대학 이사장
35세 이후 CEO만 해온 '전문경영인'
강원도 문막에 거주하며 '무위자연'의 삶
"중소기업이 좋은 직원을 잡아두려면...비전을 공유해야"

권대욱 휴넷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30여년간 전문경영인으로서 '도전하는 삶' '열정있는 삶'을 살고있다는 권대욱 ㈜휴넷 회장을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저 별은 뉘별이며 내별은 또 어느게요~” 인터뷰 도중 유튜브에 올린 우리 가곡 ‘별’을 들려주었다. 지인들 모임에서 본인이 직접 불렀다고 하는데, 목소리에 서정(抒情)이 실려있었다.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본인 소개를 했다.

최근 권대욱 ㈜휴넷 회장(70)을 서울 강남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1986년 35세에 한보건설 사장에 오른 뒤 한보에너지, 한보철강공업, 유원종합건설, 극동건설 사장 등 30여년간 사장만 해와 ‘CEO’가 직업인 사람이다. 2005년엔 호텔리어로 변신해 호텔서교 하얏트 리젠시 제주 사장,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을 거쳐 2018년 9월부터 교육기업인 휴넷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휴넷이 운영하는 CEO 교육아카데미 ‘행복한경영대학’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출근하는 당신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기업문화가 답이다’ 등 지금까지 5권의 책을 썼고 강연, 유튜브, 신문기고 등 말과 글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노래실력 또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수년전 한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시니어 합창단인 ‘청춘합창단’ 단장을 맡아 UN과 카네기홀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에 대해 “그런 도전이 없었으면 오늘의 내가 없었으며 새로운 꿈을 계속 만들어가는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최근에도 꿈을 하나 만들어 세상에 툭 던져놓았다. 모 종편TV에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응모한 상태인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인생철학을 묻자, ‘도전하는 삶’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살아지는 삶이 아닌,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살아가야될 삶‘, ’열정의 삶‘이라고 덧붙였다.

나의 울림통을 키워 이 세상을 내가 있기 전보다 더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 또다시 내가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요. 무엇을 하면 내 가슴이 뛰고 내 눈이 반짝일까요. 당장 우리가 그것을 안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 당장 못하면 유보시켜 두세요.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그걸 하기 위함입니다.

권 회장은 1년전 주말에만 가서 지내던 강원도 문막 미륵산 자락 산막으로 아예 주거를 옮겨 일주일에 2~3일 정도 휴넷 본사가 있는 서울 구로동 디지털단지로 출근하고 있다. 그곳에 터를 잡은지는 23년 됐고, 당시 건강 차원에서 기공운동을 함께 하던 지인 여섯사람과 더불어 2000평 부지에 산막 7채를 지었다. 그 중 네사람은 떠나고 세사람만 남아 주말이면 이곳에 모인다. 네사람의 집을 권 회장이 인수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며 ‘산막스쿨’이란 이름의 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시도 때도 순서도 체계도 없고,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선생이, 또 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를 실천한 학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룻밤 얘기 나누고 자기소개 하며 놀다보면, 돌아갈때쯤 ‘좀 더 잘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가는 학교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극동건설 사장에서 하루아침에 퇴직하고 이후 이것저것 사업을 벌이다 도저히 안돼 세상과 절연하겠다며 내려간 곳이 그곳 산막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지금은 도시민들의 로망이기도 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실천하는 공간이자 혼자 숨어 사색하고 성찰하는 공간이 됐다. 개 3마리, 거위 2마리, 닭 3마리, 병아리 10마리, 금붕어 30마리가 식구이며 작은 채마밭이 있어 청소하고 밥해먹고 글쓰고 유튜브 동영상 만들다보면 적적할 틈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게 요즘같은때 기업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기업인들에게 길게 보는 시각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리고 존재의 이유, ‘내가 경영하는 기업이 왜 존재해야되나’, ‘내가 이 기업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 거기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해요. 명쾌한 존재이유를 알게 되면 당당해져요. 요즘은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은 통하지 않아요. 비전을 갖고 리드해야합니다. 직원들에게 비전이 공유되게 하면 자존감을 갖고 일할 수가 있어요. 특히나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가 없고 급여나 복지가 밀리는 중소기업의 경우 ‘돈’ 이외의 것을 줘야 좋은 직원이 머물러요. 좋은 비전이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행복한경영대학은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의 CEO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5년여간 약 400명의 기업인이 이곳을 거쳐갔으며 1만명의 수강생을 배출하는게 목표다. 여기선 이름처럼 ‘행복한 경영’을 가르친다.

비전은 행복이라는 가치와 부합이 돼야 합니다.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나, 기본적으로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직원들이 하루의 70% 이상을 보내는 직장이 행복하게 해줘야 해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기업의 오너, CEO 밖에 없어요. 그 한 사람의 굳은 결심이 있어야합니다.'내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의 존재가치가 있고 성과도 좋아지고, 나도 더불어 좋아진다’는 신념이 있어야 해요. 인본경영, 인간중심 경영은 당연한거에요.

단추공장을 하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하는게 아니라 좋은 단추를 만들고 인류복지에 기여하려는 것, 그것이 바로 비전이라고 그는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오너가 돼야하며 기업인은 수도승과 같아야 하고 앞으로는 그런 절대적인 윤리성이 없으면 기업하기 힘들다고 그는 단언했다. “지금은 모든 게 오픈돼 있어 완전히 오픈하고 적법한 방법으로 돈벌고 잘 분배하고 그렇게 가야되는 세상”이라며 이런 추세를 빨리 읽지 못하면 뒤처지고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마인드셋을 완벽하게 바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생존이 급한 사람들에게 ‘비전’은 요원하게 들리지 않을까.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수록 비전을 가져야하며 안그러면 그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일과 삶의 균형이 중시됐으나 앞으로 기업은 일과 삶이 통합이 되는 형태로 갈겁니다. 재택근무가 대세잖아요. 탁월한 리더는 일과 삶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요. 일 사이사이에 삶이 있고, 일은 사이사이, 앞과 뒤, 위와 아래에 하는 겁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두가지를 동시에 하게 돼 있어요.”

권 회장은 그런 무경계의 삶을 철학으로 지니고 살고 있다고 했다. 일견 이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온 것으로 비쳐지지만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해서 키웠으며 공부방이 없어 친척집을 전전하며 공부했다”며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자신의 얘기가 남다르게 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권 회장은 중앙고와 서울대 농과대학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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