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식품부 장관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로 다가왔다. 여당은 이미 8명의 출마자가 토론회를 통해 2명을 컷오프 시키고 6명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단계별로 당원과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압축해 나갈 계획이다. 야당도 한창 준비 중이며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화려한 취임사와 더불어 영광과 희망으로 출발했지만, 임기 말이 되면 실망과 함께 다시는 이런 대통령을 갖지 말자고 작심을 하게 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거리의 동네 아저씨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더니 불통, 위선, 무능과 내로남불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좋은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임기 말에 리더십 문제를 야기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혁명으로 축출되었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규 정보부장에게 시해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어 물러났다. 윤보선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은 군부 강압에 의하여 물러났다.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 말에 민주화 운동으로 힘을 잃었고, 노태우 대통령은 말기에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등 리더십에 유약성을 노정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외환위기로 경제혼란과 아들문제로 국민지지율이 6%까지 하락하는 등 식물정부로 마감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과 측근 비리로 여당의 요구로 탈당해야 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지도력이 무색하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계속해서 낮은 국정지지율에 시달리다가 가족 비리와 탄핵소추 등으로 실질적인 지도력을 상실하였다. 임기 중 전체 국정지지율 평균이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였으며, 여당 요구로 탈당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집회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으로 계속해서 리더십에 도전을 받았다. 왜 출발은 화려한데, 임기 말엔 불행한가.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이렇게 되지 않을까.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 초기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면모를 보이다 정권 후반기에 갈수록 독선과 정책실패, 도덕성 시비로 불행한 말로를 걸었다. 이런 원인을 많은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도 때문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제2공화국 장면 국무총리의 내각제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하고, 의회가 양분되어 상당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기존의 연구 자료나 설문자료 등을 보면 좋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요소나 평가 기준은 참으로 다양하다. 경영학에서도 좋은 CEO의 품성과 평가기준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다. 소비자의 생각이 변하고, 직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라 해도 업종이나 회사의 특성에 따라 CEO의 리더십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포괄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여 이를 위한 능력도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쟁 중이라면, 결단력과 용기가 중시될 것이다. 그러나 용기와 결단력만 가지고는 패전할 수도 있다. 전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전략과 외교력에도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화시라면, 국민소통과 경제발전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민들이 만족하겠는가. 모든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일반적인 리더십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대통령 지위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여 대통령의 리더십을 살펴보아야 한다.

절제력과 겸손한 성품, 시대정신 요구

첫째,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기본적으로 절제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배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 권력은 기업 CEO나 사회단체장 등의 일반적인 권한과 다르다. 국민들에게 포고령이나 행정명령을 발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나라와 전쟁도 할 수 있다. 국군통수권과 치안 유지권을 가지고 있다. 영전수여권이 있고 사면권이 있다. 행정력을 동원하여 국민생활과 기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이렇게 막강하다. 막강하기 때문에 제어하기 힘들다. 잘못 다루면 폭발하는 폭탄과 같다. 과도하게 사용하면 독재가 된다. 과거에 막강한 왕의 권력을 제어하기 위하여 무수한 피를 흘리며 의회를 만들고 삼권분립의 견제 제도를 마련하였다.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들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패와 독재정치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좋은 대통령은 권력의 행사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대통령제를 도입하였고, 3선 이상 장기집권도 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였다. 절제력이 빛난다. 과거에도 제왕의 덕성으로 절제력을 중시하였으며, 동서양이 모두 중용을 리더십의 중요 요소로 생각했다. 우리 대통령들이 특히 임기 말에 가면서 권력 사용에 절제력을 잃었기 때문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둘째, 대통령은 능력 면에서 자기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성품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 주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포괄적인 능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전문화되고 첨단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좋은 전문 인재를 폭넓게 발굴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사람을 쓰면 그 사람을 신뢰하고, 실력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다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권한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부처와 관련 기관에 권한을 충분히 이양해야 한다. 특히 인사수석실 같은 인사행정을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해서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청와대가 비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모든 행정을 다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행정 각 부는 바지저고리가 되었다. 그러나 비서관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 없는 권한은 없어야 한다. 가장 독재적이었다고 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 대해서만은 전문가들에게 완전히 권한을 맡겼다. 그런 결과 대단한 경제발전 성과를 이루었다.

셋째, 대통령은 사랑의 품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애국심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와 전체 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당연히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는 물론, 자신이 속한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집단 이익이나 심지어 정치적 당리당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심지어 자신의 이념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독일병을 치유하고 독일을 재도약으로 이끈 앙겔라 메르켈 수상은 전임 슈뢰더의 개혁정책을 승계 받아 실행하였다. 개혁안을 내건 사민당의 슈뢰더는 선거에 패배하고, 상대 세력인 기민당의 메르켈이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전 정권의 정책을 적폐로 심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은 사민당과 오히려 연정을 하면서 개혁정책을 이어받았다. 국가의 이익 앞에 당이나 이념이 필요 없었다. 국가가 먼저였다. 그것이 애국심이다. 겸손한 메르켈은 소통과 경청으로 국민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였다. 오직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국민과 함께 했다. 독일을 ‘유럽의 강자'로 부활시켰다.

결단력과 무한책임감, 도덕성 확고해야

넷째,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시대정신을 이끌어갈 예지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체제로 굳어진 중국에 시장주의를 도입하여 중국의 발전을 이루었다.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목표로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면서 과감하게 시장주의를 도입하였다. “능력있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 그리고 낙오된 사람을 도와라”라는 ‘선부론’을 주창하여 사회주의의 평등원리에 도전하였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당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사상노선이었다. 그러나 용기 있게 국가발전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였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번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국가발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지혜가 돋보이는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대통령은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결단력은 추진력과 위기대응 능력을 포함한다. 영국의 대처수상은 장기간 이어진 석탄 노동자와 철강 노동자 파업을 강경하게 진압하였다. 또한 연공서열제도를 폐지하고 성과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정부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주요 국영 기업을 민영화했으며, 사회복지 대상자의 심사를 엄격히 하고, 복지 혜택을 감축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긴축재정을 실시하여 물가 인상을 억제하였다. 계속해서 과감한 세제개편과 금융제도 개혁을 실천하였다. 대처는 영국병을 치유하고 영국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녀는 포크랜드를 침공한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하여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나라도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영국병이나 독일병을 치유한 방식으로 노동유연성과 노동비용의 감축이 필요하다. 이념갈등과 지역갈등의 해결이 필요하고, 혁신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와 미국, 일본, 중국 등 국제관계의 개선을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절실하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는 포퓰리즘에 젖은 대선주자들이 많다. 걱정이다.

여섯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무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인간다운 자격은 책임능력에 있다’고 했다. 인간은 자기소임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야말로 책임감이 최고의 품성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시 선장과 함께 대부분의 선원들이 최소한의 책임도 수행하지 않고 자신들이 살기 위해 먼저 탈출하였다. 그 결과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공직자의 책임감이란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바치며 싸우는 자세와 같다. 멸사봉공의 자세다. 대통령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고,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가장 정치적인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버린다. 대통령도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헌법의 취임선서에 적합하게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잘못한 일에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는 것 같다. 정파의 대표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일응 책임정치라든가 집권 약속인 공약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 대통령에 불과하게 된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모든 기준을 국가와 국민에 두어야 한다.

일곱째, 대통령은 도덕성이 확고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행동과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된 것은 즉시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그리고 청렴해야 한다. 자신과 가족에게 엄격한 도덕률을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실수를 조장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은 것이 권력자 주변이다. 23년 간 스웨덴의 총리를 지냈던 에를란데르는 퇴임 후 살 집이 없었다. 그는 정부에서 월세를 내 주던 방 3개짜리 자그마한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듣고 소속 당인 사민당에서 스톡홀름 외곽의 사민당 청년 연수원 한 쪽에 작은 통나무집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은 정말 능력 있는 훌륭한 대통령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미중관계 등 국제질서의 변화, 북핵 문제와 통일 환경의 변화, 4차산업혁명의 진행, 국내 각종 갈등 문제, 인구절벽 등의 해결을 위해 정치, 경제 및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포퓰리즘으로 국력을 낭비할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도약시켜 강한 선진국을 만들어 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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