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디지털혁신 등 4차산업혁명의 급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비재무적 요소로 인해 기업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돼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 대안으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ESG가 부상했으며, 글로벌시장에서 ESG 정보공시 의무화가 이슈를 증폭시켰다.

주주의 가치 창출에 주된 목표를 두고 경영활동을 해 온 글로벌기업에게 세계가 환경보호, 경제양극화와 지속가능성 등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공감대를 환류시킴으로써 미래전략에 영향을 받은 기업은 사회공헌 차원의 소극적 활동에 머물던 ESG를 지속가능 성장을 견인하는 ESG로 이슈 영역을 넓혔다. 소비자는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할 정도로 친환경, 저탄소,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기업은 추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단기수익 극대화보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MSCI(모건스탠리 주가지수)의 ESG 리더스지수,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의 ESG 지수, FTSE(파이낸셜타임스 주가지수)의 FTSE4Good지수 등에 공시함으로써 긍정적 미래가치 평판을 형성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세계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ESG 위원회를 신설해 제품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저감 등 ESG 요소를 점검·관리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보여주는 ESG 정보공개 등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소기업 차원의 ESG 이행과 개선에 한계가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0년 ESG 평가자료를 보면 중소기업 ESG 평점이 대기업보다 낮고 ESG에 적용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나 여력이 충분치 않다. 환경(E) 면에서 중소기업은 사업영위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법적 요건은 충족하나 용접·주물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영수지가 곤궁한 현실에서 외부 이니셔티브 활동 참여,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국제기준·해외동향·모범사례 등의 발간 및 교육・컨설팅 등을 자율적으로 원활히 준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S) 면에서 볼 때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뿌리산업, 외국인 근로자 의존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은 ESG 평점을 낮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G)를 보면 이사회가 잘 운영되지 않고 공시 및 기업설명회(IR)도 미흡하며, 감사기구의 조직 및 활동이 침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소기업의 99%가 ‘오너’인 사업 현실에서 경영권 분리·이사회 독립성 등을 평가하면 중소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ESG가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 중소기업은 공정거래를 주도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부패방지 내부원칙의 수립도 대기업에 비해 기업의 수나 비율 면에서 낮다. 협력업체에 대한 동반성장 정책 수립도 중소기업이 주체가 아니라 대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객체이다.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과 상생을 추구하므로 대기업이 ESG를 실현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ESG를 지원하는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ESG로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대기업이 이해관계자 차원에서 협력중소기업의 ESG 활동과 인증을 지원해 중소기업이 지속가능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ESG 준비를 서두르고 스스로 ESG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철강, 시멘트, 화학 계열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해결책을 구상해서 실천한다면 ESG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은 역내 수출기업에 대해 ESG 인증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핵심사업과 연계된 ESG 이슈를 발굴하고 관련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영위하는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고 이해관계자 요구를 파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도 ESG 적응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노동·환경규제 시스템 구축이나 ESG 컨설팅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근로환경 개선과 사업장 안전을 책임질 전문 인력 운용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 최근 제품개발 등 기업 활동 전 과정에 걸쳐 탄소저감, 기후변화 등 환경적 고려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추세여서 중소기업은 ESG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ESG 정보공개와 관련해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ESG 활동 측정이 불안정하나 전 세계적으로 ESG 평가기관이 600여 개로 평가기관의 기준, 방법, 요소 등이 제각각이어서 실효성 있는 ESG 평가를 위한 분류・평가체계 및 통계인프라를 정비해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연구가 필요하다.

ESG는 중소기업 생존에 필수도구가 됐다. ESG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핵심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원칙 및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ESG 연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해 동반성장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이 돼야 한다. ESG 변화 흐름에 중소기업이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게 대기업은 상생협력으로, 정부는 제도로 지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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