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지아(燁嘉) 광학기술그룹 회장, 10개 계열사
TV 백라이트 렌즈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 TV 렌즈 70% 공급
자율주행차, 자동차 LED램프, HUD, 로봇 등에 쓰이는 첨단 렌즈 생산
지난해 중국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상인 중국 과학혁신상, 업계 10대 인물상 수상
월드옥타 수석 부회장, 제22차 세계대표자대회 참석차 방문

중국 조선족 기업인으로 첨단 광학렌즈 분야에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예지아그룹의 남기학 회장을 인터뷰했다.
중국 조선족 기업인으로 첨단 광학렌즈 분야에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예지아그룹의 남기학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24~27일 대전에서 열린 월드옥타 제22차 세계대표자회의 및 수출상담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조선의 별’이 떴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샌드위치 처지를 극복하고 기업인으로 우뚝 선 이가 있다. 더욱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 광학렌즈 분야에서다. 자동차, 핸드폰, TV에 쓰이는 플라스틱 광학렌즈가 주력으로 TV 백라이트 렌즈 분야에선 세계시장 점유율(20%) 1위를 달린다. 삼성, LG, 서울반도체 등 한국시장에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TV 렌즈의 70%를 이 회사가 납품했다. 한국 다음으로 일본, 중국시장 순으로 거래실적을 올리고 있다.

중국 예지아(燁嘉) 광학기술그룹의 남기학 회장(59). 지난해 9월 중국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상인 중국 과학혁신상을 조선족 기업인으론 처음 받았다. 중국과학기술포럼이 수여하는 업계(광학렌즈) 10대 인물상도 수상했다. 모두가 부단한 연구개발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특히 광학렌즈 쪽에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해 자율주행차, 자동차 LED램프, HUD(헤드업디스플레이), 로봇 등에 쓰이는 첨단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 그간 광학기술 분야 특허 120여개, 발명특허 2개를 냈고 현재 신청 중인 특허만도 20여개나 된다.

지난 24~27일 대전에서 열린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 제22차 세계대표자대회 겸 수출상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남 회장을 행사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월드옥타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가지 품목에 매달리지 않고 부단히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혁신하며 사업을 다각화한 것과 일본식 경영노하우를 접목한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직원을 인정하면서 포용하고 배려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남 회장은 20년만에 빠르게 기업을 키운 비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아울러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게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이 됐다. 언어가 통하고 신뢰를 얻으며 사업에 몰두하니 주문이 오더라”고 덧붙였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조선족 출신이 이처럼 기업을 성장시킨 경우는 극히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남 회장은 부친이 경기도 이천에 살다가 11살 때 조부와 함께 옌볜 용정으로 이주한 교포 3세대다. 나중에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시(鷄西)로 넘어갔다. 남 회장은 옌산(燕山)대 자동제어학과를 졸업하고 지시대학 교수를 거쳐 일본의 쿄와플라스틱 선전법인에서 10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 2001년 창업했다. 복사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하청업체로 시작해 소니, 파나소닉 등 가전제품과 게임기 부품 및 완제품 생산으로 점차 확장해 2013년부터 광학렌즈 쪽에 투자해 지금은 자동차, 핸드폰, TV에 쓰이는 광학렌즈를 전자제품과 함께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광학전자기술유한공사를 비롯해 게임기 제조사인 전자기술유한공사 등 10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선전(深圳)과 둥관(東莞)에 사업장을 갖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9000만 달러 정도다. 꾸준히 연구개발에 집중해 전체 직원 1500명 가운데 300명 가량이 연구개발 직원이며 한국과 대만 출신 연구인력도 다수가 함께 일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연간 4000만위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처음 선전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갔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아직 발전을 안했고 수중에 돈도 없었어요. 게다가 조선족들이 시쳇말로 ‘빽’이 없잖아요. 일본회사에 근무하며 인맥을 쌓고 기술, 관리 등을 배워 자금을 빌려 창업을 했어요. 나중에 광학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어려운 분야라며 포기를 권했으나 지금은 다 극복을 했습니다. 중국회사이자 동포회사로서 한국 대기업과 거래를 터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보니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우선 기회를 달라고 하고 샘플을 보여주니 다 인정을 했습니다.”

창업 초창기엔 일본에만 제품을 공급했으나 한국과의 거래가 꾸준히 늘어 지금은 한국, 일본, 중국 순으로 거래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 중 삼성전자가 가장 큰 고객이며 주력인 광학렌즈는 지난해 출하량의 50%가 삼성에 공급됐다.

그가 최고로 꼽는 경영원칙은 ‘신뢰’ 즉 ‘신용’이다. 한가지 품목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우직하게 사업을 해온 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광학렌즈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 예지아그룹의 남기학 부회장(맨왼쪽)이 지난 24~27일 대전에서 열린 월드옥타 제22차 세계대표자회의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해 하용화 월드옥타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우재 월드옥타 명예회장(다섯번째),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학렌즈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 예지아그룹의 남기학 부회장(맨왼쪽)이 지난 24~27일 대전에서 열린 월드옥타 제22차 세계대표자회의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해 하용화 월드옥타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우재 월드옥타 명예회장(다섯번째),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 회장은 지난 2009년 월드옥타 회원으로 가입했다. 월드옥타 중국 선전지회 1,2대 회장을 역임하고 2018년부터 한 명 뿐인 수석부회장직을 맡고있다.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확대하는데 있어 월드옥타 플랫폼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고 남 회장은 말했다. 2600여개에 달하는 전세계 한인 단체 가운데 월드옥타처럼 지난 40년간 꾸준히 단합된 모습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는 게 그의 평가다.

최근 걱정이 있다면 미중갈등의 영향으로 제품공급에 차질이 생긴 점이다. 화웨이와 오포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반도체칩 부족으로 라인이 스톱돼 요 2개월 사이 영향을 크게 받고있다고 남 회장은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화려하게 꽃피우는 작업을 현재 추진 중이다. 까다롭기로 알려진 중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

“내년에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거래소에 광학회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장은 심사가 까다로워 미국이나 홍콩에 상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상장이 되기만 하면 주가가 훨씬 비쌉니다.”

회사명 ‘예지아(燁嘉)’는 ‘활활 타오르다’와 ‘화합’의 의미다. 형제들과 함께 창업을 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무런 뒷배경도 없는 조선족 출신이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선전(深圳)에 들어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인정받는 기업을 일구고, 전세계 한인경제인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차세대 청년기업인을 길러내고 있는 남 회장과 같은 ‘조선의 별’이 하나둘 늘어나길 기대하며 이날의 인터뷰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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