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순천왜성
순천왜성

3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돌이켜볼 때 보람도 크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2006년 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으로 재직 중일 때 구상했던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 무산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은 고등학교 동창인 목포대 사학과 강봉룡교수의 책을 읽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한국해양사의 2대 영웅은 장보고대사와 이순신장군이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보고가 해양개척의 영웅이라면 이순신은 해양수호의 영웅이다. 이들이 활동했고 유적이 산재해 있는 전남에 해양개척과 해양수호를 테마로 교육형 해양테마파크를 조성해보고자 한 것이 세계해양영웅공원이었다.

곧 바로 아이디어를 문서로 작성하여 도지사에게 보고하였다. 골자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개척의 광장’과 ‘수호의 광장’을 조성한다. 개척의 광장에는 장보고를 중심으로 콜럼버스, 마젤란, 엔리케왕자, 정화 등 해양개척 영웅들의 동상을 세운다. 수호의 광장에는 이순신을 중심으로 테미스토클레스, 넬슨, 니미츠, 도고 등 해양수호 영웅들의 동상을 세운다. 둘째, 해양테마 전시관을 건립한다. 전시관은 해양영웅 관련 유물과 자료, 각종 선박 모형과 무기류, 그리고 역사적인 항해와 해상전투 디오라마 등을 제작 전시한다. 셋째, 오락적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겸한 공원 조성으로 초중고 수학여행단은 물론 성인들의 방문을 유도하여 관광수요를 창출한다.

보고를 받은 도지사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1억 원의 예산을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이듬해인 2007년 도(道)의 인사발령에 따라 1년 과정의 장기교육을 가게 되어 후임국장이 사업추진을 인계받아 용역을 발주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용역은 납품되었으나 공원 조성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확보가 걸림돌이 되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교육을 마치고 이듬해 복귀한 나 역시 해양수산국이 아닌 행정지원국의 업무를 맡게 되었고 그렇게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 구상은 서랍 속에서 잊혀졌다.

우리 전남은 장보고와 이순신이라는 두 사람의 걸출한 해양영웅이 활동한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은 다른 지역에서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전남에 최적화된 프로젝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순천이 주도적으로 나서 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일례로 정유재란 전적지로서 이순신장군과 관련이 있는 순천왜성에 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나 순천왜성의 문화재보호구역 55만7000㎡(국공유지 67%)의 일부(2만~3만㎡)만 활용해도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재원 확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정치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을 다시 추진한다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개척의 광장과 수호의 광장 외에 상상의 광장을 추가한다. 상상의 광장에는 만화, 영화, 소설, 신화에 나오는 해양관련 캐릭터의 조형물을 설치한다. 예를 들어 포세이돈, 모비 딕, 신드바드, 코난, 타이타닉, 바다와 노인, 인어공주, 마조할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해양테마 전시관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법을 활용해 역사적인 해상전투나 항해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훨씬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해양영웅들이 탄생한 국가의 지자체들과 교류와 협력 강화를 통해 그들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명량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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