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순천 용산전망대
순천 용산전망대

‘용산에 궤도열차, 아니 에스컬레이터를 깔아 보자.’

순천만 습지를 찾을 때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다. 순천만 습지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생태탐사 선을 타고 돌아보는 방법, 갈대밭 사이로 난 나무데크 길을 따라 걷는 방법, 그리고 용산에 올라 순천만 습지의 전경을 조망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세 가지 방법 모두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용산에 올라 바라보는 순천만 습지의 아름다움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순천만 습지의 아름다움은 S자 수로와 원형의 갈대군락에서 화룡점정을 이룬다. 썰물이 되면 S자로 흐르는 물길이 개펄과 함께 드러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S자 수로의 낙조풍경과 붉은 노을 아래 펼쳐진 원형의 갈대군락은 가히 호남제일경(湖南第一景)이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순천만 습지의 아름다움을 사진기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용산이다.

생태탐사 선을 타거나 갈대밭 사이로 난 데크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순천만 습지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려면 용산에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용산 꼭대기까지의 거리는 2.9km로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려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걷기에는 긴 거리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건장한 성인들도 쉽지 않은 거리다. 그래서인지 순천 사람들 중에도 아직 용산에 올라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 등 타 지역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순천만을 찾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천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간다. 용산에 에스컬레이터를 깔고,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건립한다면 수용능력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다. 홍콩 도심에 설치된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돼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용산에서 순천만 낙조를 감상한 관광객들이 순천에서 저녁식사도 하고 숙박도 하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용산의 전망대 건립과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앞서 ‘생태’와 ‘경관’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무 데크 전망대 대신 건립될 전망대와 에스컬레이터는 ‘경관’ 측면에서 순천만의 자연환경과 조화되도록 디자인과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철새들의 서식환경 등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태환경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환경보전과 관광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순천만 갈대숲
순천만 갈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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