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슨IQ코리아,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 변화 발표
‘슬세권’의 성장, 조합마트·개인슈퍼·편의점 등 판매 증가

코로나19로 동네 편의점 등 '슬세권'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동네 편의점 등 '슬세권'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코로나19’와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2020년엔 50~60대 ‘젊은 시니어’가 국내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남녀 소비 패턴에 있어서 이른바 ‘유니섹스’의 경향을 보이는 등 젠더 경계가 해소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정보 분석 기업인 닐슨IQ코리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에서 이처럼 50~60대의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의 연령대별 연간 구매액이 모두 2019년에 비해 각각 19.1%와 24.9% 성장률을 기록하며 이른바 ‘젊은 시니어’ 소비자가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2018년의 경우 전체 구매액의 50대 이상 소비자의 비중은 5.8%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8.4%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들어 50대 이상 소비자의 평균 1회 구매액 또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2만9330원을 기록했다. 50대 이상 소비자는 또 패션잡화·화장품 카테고리, 키덜트·피규어 카테고리에도 높은 구매력을 보이면서 자신을 꾸미고 삶을 즐기는 ‘욜드’(YOLD, Young and Old)족의 면모를 보여줬다.

조사에 따르면 또 소비계층 간 ‘젠더 경계’도 허물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기초화장품 구매액 중 남성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보다 2.7%p 늘어난 29.2%에 달했고, 심지어 색조화장품 구매액도 2019년에 비해 2.4%p 성장한 15.4%를 기록했다. ‘화장하는 남자’의 비중이 그 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에 남성 의류를 구매하는 여성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분기 34.6%였던 것이 매 분기마다 꾸준히 늘어나 2020년 4분기에는 44.2%를 기록했다.

‘슬리퍼 끌고 다니며 생활이 가능한 권역’, 즉 ‘슬세권’도 크게 늘어난 것도 소비 패턴의 변화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동네에 있는 조합마트, 개인 대형슈퍼, 편의점 등 근린 상권이 성장한 점이 주목된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번잡한 대도시 중심가나 밀집 지역에서 한적한 주택가나 도심 외곽 등의 ‘슬세권’에서 소비가 많이 이뤄졌다. 2020년 하반기까지 ‘슬세권’의 성장이 지속하며 조합마트 판매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역대 가장 높은 성장률인 11.4%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개인 대형슈퍼(5.3%)와 편의점(4.9%) 판매도 늘어났다.

특히 당장 사서 써야 하는 생필품일수록 동네에 있는 개인 대형슈퍼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중 ‘퍼스널 케어’ 품목이 2019년에 비해 가장 높은 13.8%나 늘어났다. 그 뒤를 이어 가정용품(13.6%), 신선군(13.1%), 편의가공군(13.1%), 조미군(10.0%)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닐슨IQ는 또 “전통의 틀을 벗어나 기존의 특색을 살리되, 새로운 쇼핑 편의와 경험을 제공하는 전통시장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식습관 역시 다양해졌다. 식재료 카테고리별 판매액 증가율을 보면 2020년 하반기 기준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조미료(6.4%)나, 장류(4.6%), 소재군(4.0%)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조미료군 중에서도 간편함을 앞세운 티백 형태의 제품이 가장 크게 증가(36.5%)했으며, 액상(16.7%)과 분말(6.1%) 형태가 그 뒤를 이었다.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이 증가하며 간편하고 저렴한 아침 식사용 제품의 판매 증가도 두드러졌다. 특히 시리얼 품목은 127%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곡물 음료(56%), 즉석 수프(30%), 드레싱(24%), 요거트(16%) 품목들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 간편식 시장 또한 큰 성장세를 보였다. 카테고리별 최근 1년 성장률을 살펴보면 착즙 주스(171%)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칼슘 우유(99.8%), 무가당 요거트(5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닐슨IQ가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큰 추세에서 국내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증가한 가운데 이로 인해 소비 행태가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소비자의 46%가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재정 등의 영향을 새로 받았다”고 답했으며, 73%의 소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품목과 패턴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고용 불안과 위축된 소득에 따른 강제적인 소비 변화로 인해 경제적 여파가 크거나 미래 고용불안이 큰 소비계층에서는 32%의 소비자가 기존에 구매하던 브랜드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한 닐슨IQ코리아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앞으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겄으로 예상된다”면서 “환경이나 사회를 고려하는 생산 및 유통 과정, 여행에 대한 욕구,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등 소비패턴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거듭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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