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스크’ 불구 연임 성공
사회적 책임과 주주이익 극대화
분식회계 조사 중...앞길 첩첩산중

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백복인 KT&G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2015년 취임한 뒤 3년 동안 백 사장만큼이나 지옥과 천당을 오간 CEO는 보기 드물 정도로 그를 둘러싼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이듬해부터 광고대행사 선정과정과 광고수주 청탁명목으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그는 2013년 5월에는 경찰의 KT&G 비리수사 당시 핵심증인이었던 용역업체 K모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또다시 백 사장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이 벌여졌다. 지난 1월 ‘KT&G 경영정상화를 바라는 전 임직원들’은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이중장부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백복인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백 사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런 가운데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2월 5일 백 사장을 차기 사장 단독후보로 확정하자 KT&G 2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연임에 반기를 들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사추위의 셀프연임 공모절차 및 분식회계의혹으로 백 사장이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우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KT&G의 최대 주주인 외국인 주주(53.18%)들이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는 연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문 의뢰에 찬성 입장을 최종적으로 전달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ISS는 “사장 공모 기간이 짧았지만 전체적인 과정이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자회사 분식회계와 관련한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중대한 혐의는 없다”며 백사장 연임에 지지를 보냈다. 여기에 막판에 국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09%)이 중립을 표명하면서 백 사장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게 된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분식회계 의혹 및 기업가치 훼손 등을 우려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의결권 지침에 따른 객관적 사실로서 확정되지 않은 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중립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KT&G의 지분은 국민연금(9.09%), 기업은행(6.93%), 개인‧기타주주(28.56%), 외국인 주주(53.1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6일 KT&G는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백 사장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번 표결에는 의결권 있는 1억2626만5127주 가운데 73.9%인 9328만7928주가 참여했는데 7114만2223주(56.34%)가 백 사장 연임에 손을 들었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이 비율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하는 데 이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중립 의결권행사는 다른 주주의 찬성, 반대투표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투표방식으로 사실상 기권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SS의 연임 찬성 권유, KT&G의 실적, 국민연금의 중립 발표 등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임으로 2021년까지 3년 더 KT&G를 이끌게 된 백 사장은 경북상주 출생으로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출신 첫 최고경영자(CEO)다. 1993년 입사 이후 지난 26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연구개발(R&D) 등의 다양한 요직을 거쳤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0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글로벌사업을 집중 육성해 지난 해 매출 4조6672억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매출 1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을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등 굵직한 현안들을 추진력 있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담배사업 외에도 홍삼사업은 2016년 건강기능식품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백 사장은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대전략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홍삼과 제약, 화장품, 부동산 사업 등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 취업난 해소와 상생경영을 통한 동반성장 등 기업,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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