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전남순천은 2020년 3월 기준 인구 28만1800명으로 여수시를 제치고 전남 제1의 도시가 되었다.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인 순천은 예부터 남도 특유의 맛과 멋이 어우러진 고장이기도 하다. 2013년 순천국가정원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생태수도 순천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최근 들어 관광과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순천 출신의 김동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이 평소 순천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을 본지에 보내와 이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색이 일곱 빛깔로 변한다고 하여 칠면초로 이름 붙여졌다.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색이 일곱 빛깔로 변한다고 하여 칠면초로 이름 붙여졌다. 

 

김동현 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김동현 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미국의 석학이자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Paul Kennedy)는 지난 2002년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21세기에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아니라 중국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흡수효과가 가장 큰 산업부문을 전략적으로 채택․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의 조언은 첨단기술 분야가 아닌 전통 제조업을 중국에 넘겨주는 대신 중국이 전통 제조업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흡수할 수 있는 물류나 관광산업 등을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폴 케네디의 조언은 내세울만한 자체 성장동력이 없고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 산업도 찾기도 어려운 우리 순천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순천은 성장과정을 보면 동부권의 중심도시로서 여수, 광양, 고흥, 보성, 구례, 곡성 등 주변 시·군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흡수함으로써 발전해왔다. 순천이 동부권의 교통 요충지이면서, 특히 교육도시라는 점은 주변 지역의 부가가치 흡수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주변 시·군에서 살고 있는 학부모들이 교육환경이 좋은 순천으로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과정에서 많은 돈이 순천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순천의 발전을 이끌어 온 주력산업으로 기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기능은 계속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산업만으로 순천 발전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순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력 산업의 발굴, 육성이 필요하다. 전통 제조업이나 첨단산업 기반이 취약한 순천으로서는, 폴 케네디의 조언이 시사하고 있듯이, 타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흡수할 수 있는 산업의 발굴·육성이 절실하다. 그러한 산업 중의 하나가 순천의 특장(特長)인 깨끗한 생태환경과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교육산업과 달리 주변 시·군 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충청권·영남권, 더 나아가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흡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관광산업은 산업기반이 취약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지자체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 개최하고 있는 축제만 보더라도 한 지역에서 어떤 축제가 성공하면 그와 유사한 축제들이 타 지역에서도 잇달아 열려 개성없는 평범한 축제가 되고 만다. 설혹 축제의 테마가 같다 하더라도 타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한 콘텐츠를 갖춘 축제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전거축제를 보자. 레저용 자전거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울, 세종 등 각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자전거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우리 순천에서 자전거축제를 개최한다면 타 지자체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200개가 넘는 전국의 지자체 중에서 우리 순천처럼 강과 호수와 바다, 그리고 산과 들을 두루 갖춘 지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자전거축제 개최가 가능할 것이다.

'투르 드 순천' 코스 중 호반코스

우선 가장 중요한 자전거 라이딩 코스는 호반코스와 강변코스, 해변코스라는 3가지 유형의 ‘투르 드 순천’ 코스를 개발한다. 호반코스는 순천을 출발하여 상사호 주변을 일주한 후 다시 순천으로 돌아온다. 강변코스는 순천을 출발하여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길을 따라 황전까지 올라간 후 섬진강변을 따라 다시 남하하여 광양을 거쳐 다시 순천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해변코스는 순천을 출발해 고흥반도를 따라 내려가다 고흥과 여수 화양을 연결하는 5개 해상교량을 지나 여수반도 서쪽 해안을 따라 다시 순천으로 올라오는 코스이다. 이 3가지 유형에 더하여 경관이 수려한 용계산 등에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을 위한 MTB코스도 개발한다. 이러한 코스 외에도 여성들이나 노인,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동천~순천만~화포해변~동천’ 또는 ‘동천~순천만~와온해변~동천’과 같은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자전거축제는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으로 구분하여 경쟁부문은 선수출신이 아닌 사이클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3일 동안 호반코스, 강변코스, 해변코스를 완주한 기록을 합산하여 시상한다. 경쟁부문 참가를 원치 않은 동호인들이나 평소 자전거를 많이 접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자전거 드라이빙 코스를 개발, 운영한다. 이와 함께 자전거 및 용품 전시회, 자전거 및 용품 거래 벼룩시장, 자전거묘기 경연대회, 문화예술 공연 등과 같은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개최한다. ‘투르 드 순천, 자전거 대축제’는 봄 또는 가을에 4박5일의 일정으로 개최하여 그 기간 동안 수 천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과 순천에 머무르면서 먹고 자고 놀게 한다면 순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투르 드 순천, 자전거 대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축제기간 동안에만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축제가 유명해지면 전국의 수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평소에도 ‘투르 드 순천’의 드라이빙 코스를 즐기기 위해 순천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르 드 순천, 자전거 대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수, 광양, 고흥 등의 주변 시군과 전라남도, 전남지방경찰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도 강구하여야 한다.

순천을 대표할 만한 이렇다 할 축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자전거 대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한 정책이다. 무엇보다도 축제 개최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세계적 거장들이 영화를 촬영할 때 한 장면을 위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찍는 것은 ‘조금’의 차이가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전거 축제라는 테마 자체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식상한 테마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조금’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투르 드 순천, 자전거 대축제’는 우리 순천의 지역경제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