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지구가 자연환경의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이기에 총체적 대응이 시급하다. 그동안 각국에서는 허언이 아닌, 육상생태계 및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원칙을 정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실천과 현실 간의 간극은 크다. 특히 일회용 비닐봉투(이하 비닐봉투)와 1회용 플라스틱 병(이하 플라스틱 병)의 사용은 여전히 심각하다. 무엇 때문인가. 정확한 현실 진단의 실패,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함, 그리고 사회적 인식 부족에 기인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의 양은 무려 5000억장을 초과한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가 76억5000만 명인 점을 고려할 때, 1인당 65장을 사용하는 셈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청정국가로 알려진 뉴질랜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해마다 뉴질랜드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이 무려 8억2천만 개에 이르렀다. 엄청난 양이다. 전체 인구가 500만 명 정도인데, 1인당 1년에 164개의 플라스틱 병을 버리고 있다는 셈이다. 이러한 유형의 쓰레기는 육상·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해양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만 하더라도 800만톤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해저에 비닐봉투, 플라스틱 병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유해폐기물이다. 호주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경에는 바닷새의 99%가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는 북태평양 서쪽 대양에 위치한 ‘마리아나 해구(Maiana Trench)’다. 깊이가 무려 1만984미터에 이르며 수압은 지상 기압보다 1000배가 넘는다. 이러한 심해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됐다. 바닥에서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병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로 크게 두가지가 드러난다. 하나는 해양생물이 비닐봉투를 먹는다는 점이다. 먹지 못한 비닐봉투는 미세한 상태로 분리돼 또 다른 생물이 먹는다. 비닐봉투를 먹이로 착각한 결과다. 문제는 비닐봉투를 먹은 생물에서 끝나지 않고 먹이사슬의 최종 포식자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심각하다. 다른 하나는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야기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생태계를 위협한다,

청정국가로 각광받는 뉴질랜드는 늘 환경보호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2019년 6월까지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왔다. 관광지, 해변 등에 버려진 비닐봉투가 점점 늘어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한 뉴질랜드는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제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단행한 것이 2019년 7월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전면 금지’이다.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은 항의를 하기도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법규에 무관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오늘날 뉴질랜드를 견인하는 원천이다. 만약 비닐봉투를 사용하면 뉴질랜드달러로 최대 10만불(한화 약 8000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비닐봉투 및 플라스틱 병의 강력한 규제는 분해성에 있다. 현 상황에서 비닐봉투를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다. 최소 10년이 걸리며 1000년 이상 걸리는 제품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토지의 황폐화, 생물의 다양성을 무력화시킨다.

급기야 세계 환경단체에서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실제 활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08년부터 매년 7월3일을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International Plastic Bag Free Day)’로 지정한 점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데 세계 각국 환경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약 60개 국가에서 비닐봉투 및 1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미흡하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추구하는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공항, 쇼핑몰 등에 무료식수대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 병을 줄이기 위한 한 방편이다. 이러한 실질적 실천 하나하나가 지구의 생태계를 살릴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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