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임시직, 알바로 전락’ 비판 vs ‘기계에 맞선 노동 유연성으로 일자리 창출’

사진은 임시직 노동자가 한 지자체의 불법광고물 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임시직 노동자가 한 지자체의 불법광고물 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플랫폼 경제가 발달하면서 공유경제의 일종인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 혹은 ‘온 디맨드 경제(On Demand economy)’가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달 하순 한국노동연구원인 펴낸 조사 보고서 ‘디지털 플랫폼노동 실태와 특징Ⅱ’가 공표된 후 보름이 넘도록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삼 ‘긱 경제’ 담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특히 국내 노동자 10명 중 1명이 플랫폼 노동자라고 밝혀 더욱 논의를 가열시키고 있다.

긱 경제는 온갖 ‘잡일’(gig)이 인간의 표준직업이 되는 경제 현상으로 “자본주의 이후 세계경제 재창조의 방식”이라는 저널리스트 폴 메이슨과 같은 예찬론자도 많다. 이미 ‘긱 경제’는 광범위하게 우리 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일간지는 “식당들이 배달을 외부 대행업체에 맡기면서 기존의 배달 직원을 해고하긴 하지만 오히려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달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늘었다”면서도 한편으론, “플랫폼 경제가 고용 증대를 이끌어낸 사례로 꼽히지만 이런 긱 이코노미가 양질의 일자리는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양면적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는 “주업과 부업, 기타 소득을 모두 포함해서 하루 19시간 이상 일할 때 얻는 월평균 수입이 266만원”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긱 경제’에 몸담은 ‘긱’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처지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이는 기계만능의 세상에서 인간의 직업을 ‘허드렛일’이나 ‘알바 인생’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과 우려 또한 크다. 그렇다보니 팀 던럽이나 클라우스 슈밥 같은 4차산업혁명 전문가들도 양가적 해석을 가하고 있다. 일단 공유에 의한 애플리케이션 경제의 일환으로서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로 보는가 하면, 비정규 프리랜서가 직업의 표준이 되는 자유방임적 노동착취의 도구가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긱 경제’는 네트워크상에서 서로 필요한 것들을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교환하는 행위를 조직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대중화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처럼 시간적으로 유연한 ‘알바’나 ‘임시 일자리’ 중심의 고용시장을 뜻한다. 또 당장 쓰지않는 자동차를 빌려주거나, 집마당 빈 곳을 주차장으로 내놓으며, 남는 방을 하룻밤 숙박시설로 빌려주는 등 ‘잡스런’ 수입을 얻는 비표준적 경제 행위도 이에 속한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기껏 해봐야 단기계약 수준의 일회성 고용이 성사될 뿐”이라며 ““그런 비표준 노동이 정규 노동 대신 표준의 직업으로 행세하며 경제를 지배하는게 ‘긱 경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동 전문가들은 대체로 ‘긱 경제’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긱 경제’에서 가장 득을 보는 이들은 빅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을 수집하고 재생산하여 네트워크와 앱을 구축한 자들이다. “이들 ‘시장 조성자’들은 다수의 ‘긱 노동자’들의 소득을 빼앗아 부를 축적하며,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다. 또 정규 직장에서 주어지는 급여나 근무조건은 사라지고, 각종 복지나 생존을 위한 안전망은 ‘긱 경제’ 혹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반면에 시장 조성자들은 기업가적 리스크와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엄청난 돈을 번다는게 이들의 날선 비판이다.

반면에 긍정론자들은 일단 노동형태의 ‘유연성’이란 점에서 긱 경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되는 대신, 노동 ‘유연성’으로 다양한 새로운 일자리와 알바 수준의 부업들(긱)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다만 “디지털기술과 공유경제 네트워크상에서 언제 얻게 될지 모를 일자리를 기다리며,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24시간 대기의 연속이란 점은 문제”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긍·부정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긱 경제는 이미 4차산업혁명기에 피할 수 없는 ‘첨단의 대세’라는게 대다수 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 속엔 “‘긱 경제’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유경제를 향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실제 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평균 업계 경력은 53.8개월(약 4년6개월)이고, 플랫폼 노동 외의 다른 일자리로 이직할 의향은 전체의 18.2%에 그친 것도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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