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융자 등 자금 마련 등에도 필수 조건
‘탄소제로’…환경단체와 산업계 인식 ‘접점’ 이뤄

기업들에게 ESG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사진은 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모습.
기업들에게 ESG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사진은 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국내 산업계도 최근 ‘ESG 경영’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특히 3월 주총을 계기로 ESG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목표가치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ESG 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영철학이다. 처음 시작은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이런 용어를 쓰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앞으론 기후위기와 기업경영의 지속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ESG를 기업 투자 유치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ESG 채권 발행 등의 방식으로 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특히 환경 등 비재무적 요소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기업들이 당장의 이윤 추구에 앞서,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지배구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탄소저감정책 등이 그 핵심이다. 특히 탄소중립은 ESG경영의 핵심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탄소중립(carbon net-zero)을 목표로 전 세계가 움직이고 있으며, ‘2015 파리협정’에서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컨센서스를 도출한 이후, 산업과 기업, 시장에서는 ESG 경영과 ESG 투자가 커다란 세계 경제의 흐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윤을 추구해온 기업과 환경보존을 중시해온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인식이 접점을 이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기후변화에 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ESG 경영에서도 환경 요소(Environment, E)가 중요시되자 많은 기업에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면서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기업들 또한 생산방식과 에너지원의 변화, 석탄 및 석유 관련사업을 축소하는 등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만큼, 국내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ESG 경영이 갑자기 부상한 것은 역시 ‘코로나19’ 위기때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ESG 역량이 우수한 기업일수록 투자 효율과 성과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 때문에 ESG경영은 환경과 사회를 아우르는 윤리경영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이 되고, 시장 규제와 경쟁에 대응하는데도 효과적이란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EU 역시 이른바 ‘탄소중립 대륙’을 목표로 한 ‘유럽 그린딜 아젠다’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약 120여개 국이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으며 한국정부도 작년 12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특히 탈(脫)탄소화로의 막대한 전환비용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수동적이던 산업계와 기업부문에서 ESG 경영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 들이는 트렌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수 년 동안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을 일상으로 체감하는 가운데 탄소규제를 조건으로 내건 무역장벽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ESG 경영 트렌드는 10여 년 전 교토의정서 이후 잠깐 유행하던 ‘녹색경영’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판단되며, 2050 탄소중립 어젠다가 실행전략으로 구체화할수록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산업계와 기업에서의 ESG 경영은 ESG 투자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에게도 이젠 필수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흐름은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climate activism)’다. 이는 기관주자자들이 ‘탄소 ’를 주주행동주의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이는 기업으로선 매우 민감한 문제로 다가오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인 셈이다. 연구원은 “그 규모나 결속력, 목표의 명확성과 구체성 등에서 과거의 이슈 중심의 환경 주주행동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들어 지난 2월 초부터 탄소를 많이 배출해온 것으로 지목되어온 철강·정유업계, 시멘트업계, 비철금속업계, 그리고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IT업계,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등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113개 금융기관들도 금융을 통한 투자 대상에 대해 탄소중립을 조건으로 내건 ‘기후금융’을 실행할 것을 선언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탄소절감을 기업 경영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만 융자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금융계 안팎에선 “탄소배출량 저감에 적극적인 기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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